[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좋은 투자 정보를 쫓는 심리를 이용해 자신의 잇속을 챙긴 증권방송 전문가가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강남일 부장검사)는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증권전문 케이블 방송 W사의 증권방송전문가 전모(33)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9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W사 증권방송전문가로 활동하며 본인이 미리 사둔 주식을 다수의 증권방송을 통해 추천하고 주가가 오르면 내다파는 수법으로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수사 결과 전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2011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4종목 주식 210만여주를 내다팔아 37억원 상당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W사는 전국 증권사 객장 방송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 투자자들 사이에 영향력이 매우 큰 업체로 전해졌다. 40여명의 증권방송전문가로부터 정보를 제공받는 유·무료 회원 규모만 20만명 정도다. W사는 전문가들이 추천 종목을 미리 사들이거나, 이미 사둔 주식을 추천하는 행위를 제한하고 있었지만 전씨의 경우에서 드러나듯 이는 무력화됐다.

자본시장법은 증권거래(모집·사모·매출 등)에 있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거래나 시세변동을 위한 풍문을 퍼뜨리는 행위 또한 금지하고 있다. 전씨의 경우 좋은 투자정보를 받고자 하는 개미들을 동원해 제 배를 불린 셈이다.

검찰은 그간 제기된 유사투자자문업자들의 선행매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수사 초기부터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과 공조수사를 진행했다. 검찰은 전씨 외 구속된 또 다른 1명도 조만간 재판에 넘기고 앞서 증권선물위원회가 고발·통보한 10여명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수사대상엔 케이블 및 인터넷 증권방송 전문가 등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증권방송전문가들에게 억대 금품을 쥐어주고 자신들이 사들인 종목을 추천토록한 일명 ‘전주’들도 수사 대상에 올라 있다. 모 전주의 경우 이 같은 수법으로 반 년여만에 90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위법사실이 드러난 증권방송 전문가들을 엄단하고, 증권방송이 건전한 투자정보 제공에 나서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감독 대상에서 벗어나 있는 증권방송 등 유사투자자문업자를 투자자문업자로 포섭해 직접 관리·감독하는 방침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준영 기자 foxfu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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