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미국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움직임에 대해 공식적인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영국 대표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EU 잔류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필립 고든 미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는 9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영국이 EU를 탈퇴하거나 EU에서 영국의 역할이 축소될 경우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영국 언론이 보도했다.

고든 차관보는 이날 이례적으로 영국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국제사회에서 점점 큰 목소리를 내는 EU와 관계를 증진시켜왔다"면서 "그런 EU 내에서 영국이 강한 목소리를 내기를 바라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 맞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들은 지난 몇개월간 영국의 EU 회원 지위 재협상 및 탈퇴 움직임에 대해 조용히 경고의 목소리를 냈지만 이번처럼 오바마 행정부 내 고위급 인사가 공개적으로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영국의 핵심 동맹국인 미국의 경고는 EU 내 회원 지위 재협상에 관한 구상을 밝힐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의 이달 말 연설을 앞두고 나와 영국 정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캐머런 총리는 새해 들어 "영국은 EU에 변화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밝혀 EU 정상들을 상대로 영국의 회원 지위에 대한 재협상 논의를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나 보수당 연립정부는 영국 내에서 EU 탈퇴론이 고조되자 2015년 이후 국민투표로 EU 탈퇴 여부를 결정한다는 '플랜'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고든 차관보는 "국민투표는 종종 국가들을 내부지향적으로 만든다"면서 "EU가 내적 논쟁에 귀를 기울일수록 통합이 이뤄지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이날 사설을 통해 "영국은 오랜시간 유럽국가가 되는 것을 주저해왔지만 EU에 잔류해야 하며 캐머런 총리는 재집권을 위해 혼란을 야기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의 보류를 요구했다.

백종민 기자 cinq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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