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노무현·김대중 등 화합형 인사로 출발
20일께 후보자 인선 발표..호남출신·경제전문가·여성 거론

[아시아경제 오종탁 기자] 박근혜 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국무총리 인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현재 총리와 내각 구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공식 일정이 없으면 인선 구상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안전부 보고서에 따르면 박 당선인은 오는 20일께 국무총리 후보자 인선을 발표할 전망이다. 이는 행안부가 역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예상한 것으로, 후속 일정을 고려하면 실제 인선 발표일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호남 출신' '경제 전문가' '여성' 등의 인선 기준이 거론된다. 초대 총리는 정권 초기의 국정 향배를 결정짓는 핵심 요직일 뿐 아니라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역대 총리 인선의 경우 발탁 과정을 둘러싼 비화가 두고두고 거론된다. 역대 대통령들은 대개 초대 '화합형' 총리를 기용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강원 출신인 한승수 유엔(UN) 기후변화특사를 초대 총리로 점찍었다. 경북 포항이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은 '지역 화합'을 첫 번째 인선기준으로 삼았다. '실용 정부'를 국정운영 기조로 내세운 만큼 한 전 총리의 '실무·전문가형' 이미지도 플러스 요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개혁 성향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연륜과 안정감이 강점인 '고건 카드'를 선택했다. 고건 전 총리는 그 당시에 이미 총리와 서울시장을 지냈고 장관직도 3번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은 측근들이 총리 인선에 대해 '국정운영 철학에 맞지 않는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임명을 강행했다.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은 초대 총리로 김종필 전 자유민주연합 총재를 낙점했다. 김 전 총리는 대선 전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 때부터 총리를 맡기로 돼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예측 가능한 인선'을 통해 총리 임명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잡음을 최소화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황인성 전 농림수산부 장관을 기용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리 정해놓은 국가안전기획부장과 부총리 등이 영남 출신이어서 지역 안배 차원에서 전북 무주 출신인 황 전 총리를 내세웠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직선제로 뽑힌 뒤 5공화국 잔재를 청산하고 국민 화해무드를 이끌어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했다. 이에 따라 이현재 전 서울대 총장이 노태우 정부의 초대 총리가 됐다. 이 전 총리는 서울대 총장 재직 시절 미국문화원 농성 사건에 연루된 학생들을 옹호하다 경질된 전력이 있었다.

박 당선인의 총리 인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표면화한 것이 없지만 국민대통합·대탕평 차원에서 접근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관점에서 박 당선인 출신 지역인 영남과 극심한 지역갈등을 겪고 있는 호남 출신 인사가 발탁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진념(전북 부안) 전 경제부총리와 강봉균(전북 군산) 전 재정경제부장관, 한광옥(전북 전주) 인수위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물론 박 당선인이 인위적인 보여주기식 인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순수하게 인물과 능력을 중심으로 총리 인선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오종탁 기자 t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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