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간 자금 거래가 이뤄지는 타깃2 시스템에서 남유럽 국가들의 은행에 대한 신뢰가 미약하나마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처럼 자금에 여유가 있는 유로존 국가들의 중앙은행은 ECB의 타깃2 시스템을 통해 그리스처럼 경제가 악화된 국가들에 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타깃2 시스템은 결국 유로존 내 부국과 빈국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유로존 위기를 확산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그리스 같은 국가들에는 생명줄 같은 역할을 했다.

부채위기가 발생하기 전에는 타깃2 시스템을 통한 자금 거래에서 국가간 격차가 거의 없었다. 2008년만 해도 분데스방크가 상환받아야 할 자금 규모는 1000억유로 이하였다. 하지만 이후 분데스방크가 상환받아야 할 자금 규모는 급격히 확대돼 2011년 말 4981억유로, 지난해 8월 7510억유로로 늘었다.

이탈리아ㆍ스페인ㆍ포르투갈ㆍ그리스ㆍ아일랜드 등 소위 PIIGS 국가들도 전체적으로는 2008년 상반기까지는 타깃2 시스템을 통해 자금을 돌려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2008년 하반기부터 자금을 갚아야 하는 신세로 전락했고 갚아야 할 자금 규모는 2011년 말 5732억유로, 지난해 8월에는 9890억유로로까지 확대됐다.

부채위기가 확산되면서 ECB의 타깃2 시스템에서 나타난 유로존 중앙은행들의 자본 현황에서 불균형이 급격히 커진 것이다.

하지만 ECB가 지난해 9월6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무제한 유로존 국채 매입 계획인 '전면적 통화거래(OMT)' 정책을 발표한 후 이 불균형은 조금씩 해소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CB가 사실상 무제한 양적완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남유럽 국가들의 국채 금리가 큰폭으로 하락해 자금 조달 비용 부담이 줄었고 이에 따라 남유럽 국가들의 타깃2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줄고 있는 것이다.

분데스방크는 타깃2 시스템에서 상환받아야 할 자금 규모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6560억유로로 줄었다고 밝혔다. 4개월 간 약 1000억유로가 감소한 것이다. PIIGS 국가들의 전체 부채 규모는 10월 말 기준 9020억유로로 집계돼 2개월 만에 약 900억유로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슈피겔은 여전히 타깃2 시스템에서 회원국 간 불균형이 크지만 그 정도가 줄고 있어 일단 금융시장이 안정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독일의 한 투자은행가는 "신뢰가 회복되고 있다"며 "스페인 은행들이 다시 투자자 자금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이포(Ifo) 경제연구소의 한스-베버 진 소장도 "ECB의 OMT 정책 발표 덕분에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국채 금리가 낮아진 남유럽 국가들에 신규 유동성이 유입되고 있다"며 "타깃2 시스템의 불균형도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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