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유럽에서 청년 실업률 증가로 독립할 나이에도 부모와 함께 사는 이른바 '캥거루족'이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부모에게 얹혀사는 젊은이가 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럽연합(EU) 통계청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3년째 이어진 긴축정책으로 지난해 11월 실업률이 26.8%를 기록한 그리스의 경우 25~34세 젊은층 가운데 절반인 50.7%가 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캥거루족 비율도 각각 37.8%와 46.3%로 매우 높다.헝가리·불가리아·루마니아 등 청년고용이 불안정한 동유럽 국가의 젊은층도 40% 이상이 부모에 얹혀산다.

반면, 핀란드·스웨덴 등 유럽 국채위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북유럽 복지국가에서 부모와 함께 사는 젊은층 비율은 4% 안팎으로 낮다. 프랑스(11.6%), 독일(14.7%), 영국(15.1%) 같은 서유럽 국가의 사정도 비교적 양호하다.

캥거루족이 느는 것은 청년층이 유럽 재정위기의 최대 희생양이 됐기 때문이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2010년 이후 본격화한 유럽 재정위기로 청년실업이 급증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됐다. 청년층 실업률은 그리스가 57.6%,스페인과 포르투갈이 각각 56.5%와 38.7%나 된다. 실업으로 경제안정이 떨어지니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싶어도 독립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청년실업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일하거나 공부하지 않으면서 구직활동까지 포기한 이른바 '니트족'이 점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EU에서 18~24세 인구 중 니트족 비율은 2008년 13.9%에서 2011년 16.7%로 상승했다. 이탈리아·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맞은 나라들의 니트족 비율은 20%가 훨씬 넘는다.

조목인 기자 cmi072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