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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산(山)으로 간 '쌍용차'

최종수정 2013.01.23 10:00 기사입력2013.01.2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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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문제가 뭐였지.."

지난 22일 쌍용차 노사가 여야 원내대표 등에 국정조사 반대 청원서를 제출한 이후 내뱉은 회사관계자의 한마디다. 결국 다함께 잘 살아보자고 했던 일이 국정조사 여부를 두고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까지 치달은 것에 대한 자조 섞인 목소리다.

쌍용차 문제가 산(山)으로 가고 있다. 쌍용차 내부적으로는 2개의 노조가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엇갈린 주장을 내놓고 있고, 국회에서는 여야가 임시국회 안건상정을 놓고 사실상 대화를 단절했다. 진보정의당 7명의 국회의원들은 아애 국회 농성장을 마련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바는 사실상 다르다. 쌍용차 노사는 외국계 모회사의 투자를 통한 정상화만이 길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 반면 정리해고자들이 중심이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간부는 송전탑에 올라 국정조사 실시 촉구에 이어 정리해고자 전원복직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치권도 단절을 택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사기업 문제에 정치권 개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국정조사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고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먹튀 자본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 국회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에 쌍용차의 모기업 마힌드라는 한술 더 떠 정치권의 개입으로 추가적인 투자가 어려울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는 상황이다.

표면적으로 국정조사 실시 여부를 두고 입장이 엇갈린 듯 보이지만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 야당은 과거 상하이차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반면, 여당은 박근혜 정부 출범 전 쌍용차 문제를 정치쟁점화해 국회를 파행으로 이끌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2개의 쌍용차 노조 역시 회사 정상화와 해고자 복직 중 선결과제가 무엇인지를 두고 서로를 헐뜯기 시작했다.

이제는 쌍용차 문제가 정국 혼란의 최대 변수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쌍용차 문제를 각자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다보니 국민도 혼란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래서 쌍용차를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라는 안팎의 물음에도 더 이상 설명이 쉽지 않다. 문제가 본질을 벗어나있기 때문이다.

출범을 앞둔 새 정부는 이른바 '대통합'을 역사적 소명으로 삼았다. 하지만 어휘는 하나 뿐 인데 쓰는 주체에 따라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쌍용차를 둘러싼 갈등이 어떤 이에게는 생사가 걸린 문제일 수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명분의 문제일 수 있다. 그럴 듯한 명분과 주장 보다는 공통의 과제를 찾는 대화가 절실한 시기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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