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득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역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공과를 분석한 책이 출간 한 달이 지나도록 시중에 풀리지 않아 뒷말이 많다.

문제의 책은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과 실패(1만6천원)'. 대통령학의 권위자로 꼽히는 고려대 함성득 교수가 쓰고, 나남출판이 펴냈다.

이 책은 출간 전부터 '인수위의 교과서'로 불려 관심이 높았다. 인수위원들이 PDF파일 형태로 책을 돌려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한 대형서점 관계자는 "일반 독자들의 구미를 당길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정권 교체기에 역대 인수위의 성패를 낱낱이 짚어 인문·사회과학 도서로는 드물게 사전 주문을 하는 고객도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1쇄 1500부를 찍어 지난해 12월 10일 출간한 책은 온·오프라인 서점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 인터넷 서점에선 목차 검색이 되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다. 국내 최대 서점인 광화문 교보문고에도 입고되지 않았다.

334페이지 분량의 책에는 1987년 13대 노태우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부터 14대 김영삼, 15대 김대중, 16대 노무현, 17대 이명박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5개 정권의 취임 준비 과정이 상세히 담겨있다.

책은 특히 현 이명박 대통령의 인수위를 중심으로 대통령직 인수와 정부 구성 과정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위에서 벌어졌던 권력투쟁과 대통령 측근들의 행태를 가감없이 비판한 부분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함 교수는 평소에도 "인수위는 점령군이어선 안되고, 인사가 만사(萬事)이며, 인수위에 발 담그면 미래가 보장된다는 인식을 심어줘선 안 된다"고 강조해왔다.

이 대통령의 인수위는 '통신비 기본료 폐지'와 '오륀지 발언' 등 인수위 내에서도 합의되지 않은 설익은 구상이 새나와 잡음이 많았다. 정두언과 박영준, 두 대통령 최측근의 갈등도 혼란을 키웠다. 고위 관료를 불러 까닭없이 호통 치거나 "공무원은 영혼이 없는 것"이라면서 으름장을 놓았다는 얘기도 유명하다.

책은 이런 지적 뒤에 대통령직 인수의 성공 조건과 정부 구성의 방향과 과제, 준비된 대통령 당선인의 국정운영 준비에 대한 조언을 덧붙였다. 부록에는 대통령 당선인과 인수위원을 위한 인수매뉴얼을 담았다.

'이미 출간된 책이 유통되지 않는 배경'을 묻자 나남출판 방순영 편집장은 "저자의 요청에 따라 책의 유통시점을 미뤘다"고 설명했다.

저자인 함 교수는 29일 "산사에 있다"면서 "현 정권이 끝난 뒤에 책을 유통시킬 생각"이라고 말했다. 함 교수는 앞서 28일 한국행정학회가 주최한 '새 정부의 국정철학과 운영방향' 세미나에서 "미래창조과학부는 5년 밖에 지속하지 못할 구조"라고 비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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