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부 1차 숙제로 풀어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미래창조과학부의 '미래'는 없다."

최근 정부 출연연구기관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정적으로 연구에 몰입하고 자신의 전문성을 키워야 할 연구개발(R&D) 분야에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어서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과학기술계의 경쟁력을 키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새롭게 신설될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의 첫 번째 해결 과제는 '비정규직 연구원들의 고용조건 개선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직 인수위와 현재의 구도라면 교육과학기술부의 기초기술연구회와 지식경제부 산하의 산업기술연구회가 미래부로 오게 된다. 두 연구회는 정부의 출연연구기관들이다. 그런데 이 두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은 40%를 웃돈다. 기초기술연구회는 2012년 6월 기준으로 ▲정규직 4435명 ▲비정규직 2693명에 이른다. 비정규직 비율이 37.8%를 차지한다.

산업기술연구회는 2012년 9월 현재 ▲정규직 1만1049명 ▲비정규직 5701명으로 비정규직은 48%를 차지하고 있다. 두 연구회에 소속된 10명 중 4명 이상은 비정규직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정부가 만든 출연 연구기관이 이런 상황인데 민간 부문은 오죽하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최근 국가수리과학연구소(이하 수리연)의 경우 특히 비정규직 비율이 압도적이다. 2012년 기준으로 소장 등 정규직 15명에 비정규직은 무려 62명에 이른다. 수리연의 한 비정규직 노동자는 "그동안 수리연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해 왔는데 수리연에서는 일정 기간 동안 사용하는 소모품으로 나를 취급해 왔다"며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는 필요 없다는 윗사람들의 말에 슬픔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수리연 노동조합측은 "지난 2005년부터 매년 80%가 비정규직이라는 낙인이 찍힌 수리연이 변하는 상황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한 비정규직 사원도 "정규직과 같은 업무는 물론 일을 더 하는데도 불구하고 임금은 7년이 지났는데도 180만원에 불과하다"며 "휴가도 눈치가 보여 제 때 가지 못했는데 무엇보다 신분이 불안정하다는 것이 가장 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정규직 직원은 "연구분야는 심리적 안정은 물론 전문성과 연속성이 중요한데, 비정규직이다 보니 연구보다는 계약이 끝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부터 먼저 하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실제 산업기술연구회 소속 박사학위 연구 인력의 경우 정규직 임금이 100이라고 보면 기간제는 82%, 인턴은 49%에 불과했다. 또 인센티브와 성과급 지급에서 비정규직은 정규직의 평균 50%를 밑돌았다. 복지카드 지급도 정규직 대비 기간제는 58%, 연수과정은 35%에 그쳤다.

기초기술연구회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 교과부의 한 관계자는 "일정기간 연속 업무에 종사하면 정규직이나 무기직으로 전환하는 것이 요즘 상황이기는 하지만 연구 분야는 다른 업종과 다른 특수성이 있다"고 전제한 뒤 "직업 안정성이 중요한 만큼 단기직을 무기직으로 전환하거나 임금 차별 해소 등 실질적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산업기술연구회 비정규직 문제에 관심을 가져온 전순옥 의원(민주통합당) 측은 "이명박 정부가 재정부를 통해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조직, 인력을 모두 10%씩 줄이라고 했다"며 "그러나 R&D(연구개발) 규모는 매년 증가해 이율배반적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즉 조직과 인력을 감축했는데 R&D 규모는 증가하고 프로젝트는 늘어나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순환이 계속됐다는 지적이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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