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오후부터 이어진 눈으로 4일 서울 적설량은 16.5cm를 기록했다. 4일 오전 4호선 사당역 인근 출근길에 오른 직장인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져 있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3일 밤부터 4일 오전 사이 서울에 16.5cm 등 많은 눈이 내려 곳곳에서 눈길사고가 이어졌다. 줄기차게 퍼붓는 폭설 속에 제 때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주로 중부지방에 사고가 집중됐다.
　
3일 밤 11시 30분께 서울 영등포구 양화동 성산대교 밑 올림픽에서 오리 1500여마리를 싣고 달리던 5톤 트럭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충북 음성의 한 농장에서 경기도 파주로 오리를 옮기던 트럭 운전가 P 씨(61)가 경상을 입었고, 오리 수백마리가 도로에 쏟아져 일대 3개 차로가 한 시간 넘게 극심한 정체를 빚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밤 10시 10분께 서울 송파구 지하차도 3차로에서는 주행 중이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1차로에서 같은 방면으로 달리던 시내버스에 부딪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어 승용차를 피하려던 버스가 콘크리트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버스 승객 15명이 가벼운 타박상·찰과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당시 사고 발생 차로가 통제돼 약 20여 분간 이 일대 교통 혼잡이 일기도 했다.
　
또 같은 날 밤 9시 20분께에는 서울 양천구 신정동 주택가 앞 이면도로에서 A 씨(44)가 몰던 승용차가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행인 B씨(37)를 들이받는 사고도 있었다. B씨는 승용차에 대퇴부를 치이는 부상을을 입고 4일 오전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4일 새벽 3시 52분께 한남대교에서는 다리 북단에서 남단으로 향하던 택시 한 대가 눈길에 미끄러져 난간과 충돌했다. 충돌과정에서 엔진부위가 파손돼 화재가 발생했지만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김포공항에서는 착륙하려던 여객기가 눈으로 활주로를 이탈하는 아찔한 사고도 발생했다. 4일 김포공항 재난상황실에 따르면, 제주공항에서 출발한 이 여객기는 착륙 이후 활주로 거의 끝까지 간 뒤 좌측 90도로 진행 방향을 전환하려다 활주로에 쌓여 얼어 있던 눈에 바퀴가 미끄러지면서 직진 방향의 잔디밭으로 계속 진행하다 정지했다.　

비행기 바퀴가 잔디밭 흙부분까지 가서야 멈춰섰지만 동체가 흔들리는 등의 충격은 없었다. 여객기에는 승객 187명과 승무원 6명 등 총 193명이 타고 있었고,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이 여객기는 4일 오전 3시 30분께 토잉카를 동원해 잔디밭에서 견인됐다. 사고에 놀란 일부 승객은 항공사 측에 사고 경위를 해명할 것을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3일 오후 3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무려 7cm의 눈 폭탄이 떨어진 의정부 지역의 경우 곳곳의 교통이 마비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의정부 경전철은 올 겨울 들어 7번째 운행이 중단됐다. 오후 3시 35분께 폭설로 15개 역 전 구간 운행이 중단돼 청소 전동차를 동원한 제설작업이 이어졌고, 운행은 5시간 30분 만에 재개됐다.
　
정전사고도 발생했다. 3일 밤 서울 독산동 주택 41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고, 반포동 아파트 400가구도 정전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두 곳 모두 한 시간 만에 복구가 이뤄졌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짧은 시간에 눈이 쏟아지면서 변압기 저압 차단기에 물이 들어가 정전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3일 밤 충북 충주시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는 25t 화물차가 쓰러지면서 15중 추돌사고가 발생해 8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고, 같은 날 공주시 우성면 한 국도에서는 승용차와 1t 화물차가 충돌해 승용차 운전자 김모(41) 씨와 일가족 5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도 발생했다.

또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의 한 골목길에서는 소모(30) 씨가 몰던 승용차가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인근 초등학교 담장을 뚫고 3m 아래 화단으로 추락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일 대설주의보 발령 이후 전국에 196건의 사고가 발생, 240명에 대해 구조·구급활동을 벌였다고 4일 밝혔다.　

차량 고립이나 미끄러짐 사고가 80건 발생해 124명이 구조됐고, 행인의 빙판길 낙상사고는 116건 발생해 116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에서 4건의 사고로 10명, 경기도에서는 5건의 사고로 28명이 구조됐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은 4일 오전 5시부로 '교통을호 비상'을 발령해 교통경찰관과 교통기동대 및 방범순찰대 등 2300여명을 동원해 출근길 교통관리에 나섰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