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박근혜 가방'이 지난 주말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타조백'은 주요 포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내내 올랐다. 갑작스런 박근혜 가방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내 H 명품 브랜드의 타조백을 새로 구입한 것 같다는 한 언론의 추측성 보도에서 시작됐다.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낚시성' 보도가 계속되자 박 당선인 측의 조윤선 대변인은 2일 오후 늦게 기자단에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박 당선인의 가방은 국산 고가 브랜드 제품이 아니며 국내 한 영세업체가 작은 가게에서 만든 저렴한 가격의 제품"이라는 해명성 내용이었다.

마침 박 당선인이 지난 2007년 출간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를 읽고 있던 터라 짧은 순간 많은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사실 박 당선인이 지난 10년여 '트레이드 마크'와 같던 갈색 가방 대신 회색 가방을 들기 시작한 지난달 중순부터 적잖은 관심이 갔다. '뭐야, 국산 명품도 아니었다고? 영세업체는 어떻게 알게 됐지? 조 대변인에게 직접 해명을 지시했을까? 책에 쓰인 대로 고 육영수 여사의 검소함이 몸에 밴 사람일까. 언론 플레이는 아니겠지? 도대체 뭘까.'

사람들의 생각은 비슷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등을 통해 네티즌 댓글을 보니 "해외 명품도, 국산 명품도 아닌 영세업체가 만든 가방이라니 검소하긴 검소한 것 같다"는 호평에서부터 "서민 행세하려는 모양새가 볼썽사납다"는 등의 거침없는 혹평도 있었다. 개인의 옷차림과 같은 사적인 영역을 기사화한다며 언론에 대한 질책도 많았다.

기자는 부모님과의 추억을 담은 박 당선인의 자서전 앞쪽을 다시 뒤적였다. 박 당선인은 자신의 우상이 어머니라고 했다. 그는 "어머니의 소박하고 깔끔한 성품대로 (청와대에는) 화려한 가구나 값비싼 장식품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적었다.

또 아버지가 군인이어서 싫은 점이 더러 있었는데 그 중 국방색 바지에 대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면서 일화를 전했다. 어머니가 아버지의 군복 바지를 줄여 박 당선인에게 입히곤 했는데 촌스러워 입기 싫었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때로는 입지 않겠다고 했지만 근검절약이 몸에 밴 어머니에게 옷 투정이 통할 리 없었다"고 회상했다.

앞으로 10년이 지난 뒤, 이 논란의 가방이 박 당선인의 손에 쥐어져 있다면 어떤 평가들이 쏟아질지 자못 궁금하다.

김혜원 기자 kim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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