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현대차가 자동차용 디지털 보안시스템 개발에 나선다. 자동차 기술과 전자·정보통신기술의 결합이 활발해지면서 '해킹'가능성 또한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 보안업계 전문가들은 최근에 출시되는 자동차는 움직이는 컴퓨터와 같다며 새로운 자동차용 첨단기술이 나올수록 해킹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6일 자동차와 보안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자동차용 디지털 보안시스템 개발을 위해 상장·비상장 보안소프트웨어업체 등에 개발을 의뢰, 제안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안업체들의 제안서는 아이디어 수준이지만 컨소시엄을 구성, 양산돼 판매되는 자동차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 고위관계자는 "현대차는 자체 보안시스템 개발부서를 따로 두고 있지 않아 계열사 오토에버 등을 통해 외부 개발 의뢰를 하고 있다"며 "아이디어 단계지만 각 업체의 제안서를 받아 타당성을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하고 있는 대부분의 신차는 해킹에 취약하다. 이른바 첨단 편의사양들이 모두 전자장치로 이뤄져 있으며, 이 전자장치는 자동차 내 네트워크를 통해 운용·통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통신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하는 서비스까지 소개돼 제3자의 접근 가능성이 언제든 열려있는 상황이다. 특히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간 이른바 '스마트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동차의 IT·전자기기 비중이 갈 수록 확대되고 있다.

보안업계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의 전자장치와 통신기기 비중이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며 "현재 자동차가 탑재한 기기들은 모두 외부의 접근에 무방비 상태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가 내놓은 '자동차+IT' 접목기술은 현대·기아차가 신차에 탑재하고 있는 블루링크를 비롯해 GM의 마이링스, 포드의 싱크 등 각종 인포테인먼트 기술이 대표적인 예다. 자동차 앞부분에 탐지 기능을 갖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제어 시스템은 물론 무인자동차까지 출현했다. 각종 업무문서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도 상용화돼 사실상 움직이는 사무실 역할도 하고 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자동차 시동을 거는 시대를 맞은 상황에서 더 많은 전자장치와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제품이 선을 보일 것"이라며 "현대차가 자동차용 보안시스템 개발에 나선 것은 기술의 방향을 먼저 읽고 리스크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해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안시스템 개발에는 나서고 있지만 시장과 공감대를 형성해야할 부분도 있다"며 "개발 후 양산 자동차 적용시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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