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국내 언론이 가장 관심을 쏟은 감독은 제리 로이스터였다. 롯데 더그아웃에 붙은 ‘노 피어(No Fear)’ 문구 등으로 많은 이슈를 양산했다.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선수단을 상위권에 올려놓은 건 인정받아야 할 부분. 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점이 있다. 2008시즌을 앞둔 롯데의 전력은 이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었다. 누가 감독을 했더라도 가을야구는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당시 글쓴이는 8년 만에 고향 팀 롯데로 돌아와 마지막 시즌을 준비했다. 롯데는 앞선 7년 동안 하위권을 맴돌았다. 수월하게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막상 부딪힌 현실은 달랐다. 타선은 기존 이대호, 강민호, 박현승 등의 건재에 돌아온 김주찬과 조성환, 성장세를 타던 손아섭, 신인 전준우, 외국인 카림 가르시아 등으로 글쓴이가 낄 틈이 없었다.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 이는 더욱 절감할 수 있었다. 선수단의 좋은 성적이 예상된 건 당연지사. 외국인투수의 활약 여부만이 변수로 보였다.

우승권 전력에도 롯데는 그해 외국인 투수의 부진과 경험 부족 등으로 가을야구 참가에 만족해야 했다. 이후 선수단은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대호, 홍성흔, 김주찬 등 간판급 선수들의 잇단 이탈로 해마다 전력은 약해지고 있다.

빈약한 타선을 메우기 위해 롯데는 최근 베테랑 장성호를 영입했다. 신인선수, 유망주 육성에도 많은 공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 힘이 넘치던 타선을 회복할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김시진 감독은 지난 자유계약선수(FA) 보상선수 등에서 투수력을 강화했다. 사실 투수진의 수나 기량은 다른 구단에 부족해보이지 않는다. 우승의 필수조건인 확실한 선발투수 세 명의 구축에 있어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중간계투진의 무게감, 정대현과 김사율의 더블 마무리 등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좌우 밸런스도 나쁘지 않다.

결국 롯데에게 가장 필요한 건 한 점차 경기에서 요구되는 해결사와 안정적인 수비다. 손아섭은 이 두 개의 열쇠를 모두 쥐고 있다. 어느덧 팀의 간판급으로 올라선 그는 선수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꽤 높아졌다. 능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타순은 1번. 하지만 김시진 감독은 그를 3번 타자로 기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손아섭은 공격에서 출루, 도루, 타점 능력을 두루 갖췄다. 수비에선 강한 어깨로 상대 주자에게 긴장을 불어넣는다. 빠른 발에 더해진 경험으로 수비 범위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넓어지고 있다. 전체적으로 지난 시즌보다 더 빼어난 성적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문제는 부상이다. 손아섭은 잔부상을 달고 다니는 편이다. 특히 지난 시즌 생애 최다인 132경기를 뛰며 다양한 부위를 다쳤다. 넘치는 파이팅에 부상을 숨기면서까지 그라운드를 활보했다. 조금 더 세밀한 자기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올 시즌 롯데를 구해낼 해결사가 손아섭 바로 자신이기 때문이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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