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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독산동 우시장 골목은 오가는 발길이 없어 한산하다. 도축장에서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kg당 2860원까지 떨어져 전년동월대비 50% 가량 급락했지만 겨울철 비수기와 경기부진이 겹쳐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
17일 20년째 독산동 우시장에서 돼지고기를 팔고 있는 태성축산 오모(50)씨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라서 지금은 고기를 사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보성 녹차먹인 돼지고기 삼겹살 한 근(600g)이 8500원인데 이게 '금겹살'로 불렸을 때는 1만6000원까지 갔다"면서 "지금은 가격이 반토막났는데도 손님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근 돼지고기값이 급락세를 타고 있지만 수요는 좀체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날 인근의 홈플러스 독산점 축산물코너에서는 냉장삼겹살 100g이 1390원에 판매되고 있어 전년동월대비 25%가량 떨어졌다. 그러나 카트를 끈 고객들은 고기 시식코너에서 맛만 보고 지나칠 뿐 "삼겹살 저렴하게 사가세요!"라는 축산물코너 직원들의 외침은 허공에 붕붕 떴다. 축산물 코너 직원은 "손님들을 끌기 위해 '맛만이라도 보고 가세요'라고 하는데 정말 시식만 하고 간다"며 "가격은 내렸지만 사가는 사람이 없고, 그마저도 딱 한두 끼 먹을양만 사간다"고 말했다.
하안동에 사는 주부 심복순(62)씨는 "마트가 가격이 싸긴 싼데 고기 질은 우시장이 좋다"며 "인근에 사는 주민들은 아무래도 고기는 우시장을 이용하기 때문에 마트에서는 잘 사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로 우시장 사정은 좀 나을까.
우시장 상인들은 "문 닫을 판"이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들은 우선 수입산을 줄이고, 정부가 농가를 위해 수매작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수입을 적당히 해야지 수요도 없는데 공급량이 넘치니까 가격이 내려가는 게 아니냐"면서 "정부가 어느정도 수매작업을 해줘서 농가를 안정시켜 줘야한다"고 말했다.
도축장에서의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kg당 2860원까지 떨어져 전년동월대비 50% 가량 급락했지만 수요가 없어 17일 독산동 우시장에는 돼지고기 물량이 켜켜이 쌓여있다. |
우시장 상인 홍모(47)씨는 "작년 하반기부터 문 닫은 집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올해는 2달 밖에 안지났는데 벌써 한 집이 문닫고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냉장고 한 칸 두고 고기 썰 기계 하나 들어갈만한 좁아터진 공간도 월세가 250만원~300만원"이라면서 "해마다 세는 오르지 가격은 떨어졌지만 오는 사람들은 없지, 아주 죽을 맛이다"라고 혀를 찼다.
또다른 상인은 "우시장도 옛말"이라면서 "여기 오는 이들은 중국인들이 대부분이고 이들은 대부분 2000원짜리 돼지고기 껍데기, 내장 등 싼 것만 사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래 우시장은 식당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데 식당들도 장사가 안되니까 구매량이 1/3로 대폭 줄었다"면서 "대신 중국인들이 인근에 모여살기 시작하면서 종종 이곳을 찾는데 삼겹살은 국내산 대신 한 근(600g)에 4000~5000원인 수입산 삼겹살을 사가 크게 도움은 안된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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