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셀로나(스페인)=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네트워크 사용료에만 집착하면 미래는 없다. 가상재화 유통을 위한 글로벌 공동마켓을 구축하자"

이석채 KT 회장이 26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3' 기조연설에서 전통적 통신 산업의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며 가상재화 유통을 통한 글로벌 공동마켓 구축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 통신 전시회인 MWC에서 국내 통신사 CEO가 기조연설을 한 것은 이석채 회장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전세계 통신사, 휴대폰 제조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한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전통적 네트워크에서 브로드밴드로 이동하고 있다"며 "브로드밴드 시대에는 통신의 비중과 가치가 갈수록 작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KT가 아이폰 도입 이후 3년간 무선 네트워크에 4조원 이상을 투자했으나 수익이 정체된 반면 네이버 등 포털 사업자들은 가상재화 유통과 애플리케이션(이하 앱)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큰 수익을 냈다고 평가했다. 가상재화란 디지털 콘텐츠, 앱, 정보기술(IT) 솔루션, e-러닝, e-헬스 등 브로드밴드 위에서 생산, 유통, 소비되는 비통신 서비스를 통칭한다.

이 회장은 "이제 통신사들은 스스로 가상재화의 제작자가 되거나 애플의 앱스토어처럼 가상재화 유통사업자가 돼야 한다"며 KT가 실시간 동영상 중계 서비스인 유스트림, 스마트폰 전용 음악 서비스인 지니 등을 통해 가상재화 시장에 직접 진출했다고 밝혔다.

또 "통신사가 브로브밴드에 기반한 가상재화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로컬 마켓을 넘어 글로벌 공동마켓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운영체제(OS), 단말, 네트워크를 뛰어넘어 가상재화 유통이 가능한 글로벌 통합 앱스토어 WAC의 이상으로 돌아가자고 제안했다. 특히 글로벌 앱 마켓을 구축하기 위해 4~5개 OS가 경쟁하는 체제를 구축하거나 타이젠과 같은 기존 OS를 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글로벌 가상재화 시장이 열리면 일자리 창출, 교육 격차 해소, 에너지 절감 등 수많은 사회 문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세계 경제 발전의 새로운 엔진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연설 직후 에릭슨의 한스 베스트베리, 도이치텔레콤의 르네 오버만, 바이버 미디어의 탈몬 마르코 등 패널로 참석한 글로벌 IT 기업의 CEO들과 '통신의 미래'를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바르셀로나(스페인)=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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