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의 파산 가능성이 높아지며 주민들의 재산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경매로 넘어간 개발지구 내 아파트의 평균 채권액이 16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감정가는 11억원이 채 안돼 이른바 '깡통아파트'가 수두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1회차에 감정가대로 팔려도 빚을 5억원 이상 져야 한다는 얘기다.

15일 경매정보업체 부동산태인에 따르면 올해 경매에 나온 용산 개발지구에 포함된 이촌동 소재 아파트 14건(중복 제외)의 평균 채권액이 15억930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아파트 평균 감정가는 10억6964만원으로 채권액 대비 67% 수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액은 아파트에 설정된 근저당·가압류 등 권리가액과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모두 더한 금액으로 해당 물건이 지고 있는 전체 빚을 의미한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이 지역 아파트 물건이 유찰 없이 1회차에 낙찰된다고 해도 소유주가 추가로 갚아야 할 빚이 평균 5억 원 이상 남는다는 의미"라면서 "현재 다수의 물건이 유찰을 거듭해 최저가가 경매청구액보다도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경매 추세로 볼 때 1회차에 낙찰되는 사례는 드물다. 용산개발의 시행사인 드림허브가 디폴트에 빠지면서 앞으로도 용산 일대 경매 물건의 신건낙찰은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이 때문에 아파트 소유자들의 채무상환 부담과 함께 금융권의 미회수 채권도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경매에서 낙찰된 이 지역 아파트(28건) 평균 낙찰가는 8억75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낙찰된 아파트들이 보유했던 평균 채권액(15억7887만원)의 50.71%에 불과한 액수다.

올해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올 3월 현재까지 경매에서 낙찰된 이 지역 아파트(6개)의 평균 낙찰가는 지난해보다 13.49%(1억801만원) 감소한 6억9274만원으로 더욱 하락했다. 평균 채권액은 지난해보다 34.12%(5억3867만원) 늘어난 21억1754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경매를 통해 집을 매각하면 총 채권액의 절반은 갚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경매에서 집이 팔려도 총 채권액의 3분의 1밖에 갚지 못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 팀장은 "이촌동 소재 아파트는 개발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격 상승폭이 컸던 만큼 내림세도 급격한 흐름을 보이는 추세"라며 "용산개발 사업에 대한 가시적이고 중장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을 경우 내림세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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