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경기가 한창인 2013 프로야구. 이번 정규시즌은 지난해와 조금 다르다. NC의 가세로 팀 간 및 시즌 경기 수가 줄었다. 반면 전체 경기 수는 늘었다. 눈길을 끄는 요소는 하나 더 있다. NC는 기존 8개 구단과 달리 내년까지 외국인선수 3명을 보유할 수 있다. 그래서 올 시즌 외국인선수는 총 19명이다.

이들의 포지션은 모두 투수다. 시즌 도중 부상 등으로 이탈해도 다시 투수로 메워질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단순하다. 최근 10년 동안 우승트로피를 거머쥔 삼성과 SK는 불같은 공격력보다 안정된 마운드를 앞세워 목표를 이뤘다. 다른 구단의 판단에 영향을 미친 건 당연지사. 모두가 안정된 선발진과 빈틈없는 불펜 구성으로 여념이 없다.

현대야구 흐름의 하나이자 패러다임. 타자 출신의 글쓴이에겐 적잖게 걱정이 되는 부분이다. 어쩔 수 없는 흐름이라 해도 너도나도 지키는 야구에만 의존한다면 야구팬의 흥미는 자칫 반감될 수 있다. 더구나 국내 정서는 한 점차 승부에 재미를 느끼는 일본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 가깝다. 실제로 최근 시범경기에서 희생번트작전이 나오면 관중석에선 “야, 그냥 쳐라”라는 말이 쏟아진다. 과거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스타도 크게 두 부류였다. 선발투수와 홈런타자. 그만큼 야구팬은 화끈한 공격야구를 선호한다.

기대와 달리 올 시즌은 시범경기부터 투고타저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뛰는 야구와 지키는 야구를 내세운다. 수장의 생각과 준비가 ‘스몰볼’이라면 선수들은 당연히 따라가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타자들은 타석에서 본인의 생각이나 사전 분석한 예상대로 공격을 펼치기 어려워진다. 작전을 기다리며 항상 대기하고 지시를 확인하는 소극적인 모양세로 이어질 수 있다. 창의적인 공격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과감한 공격의 실패로 몇몇 타자들은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야구는 멘탈 스포츠다. 심리적인 부분이 기술만큼 경기력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최근 프로야구의 색깔은 일본과 많이 비슷해졌다. 중간, 마무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주자들이 가능한 한 발을 더 뛰려 한다. 반면 대형타자는 현저히 줄어들었다. 사실 마운드 운영과 달리 타선은 달라질 여지가 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본인의 판단과 준비대로 타격에 임한다. 주루코치의 사인을 확인하지 않는 경우도 종종 발견된다. 서로를 그만큼 굳건하게 믿는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다르다. 너무 많은 작전과 사인에 물들어 있다. 공 하나하나에 사인이 바뀌는데, 투수의 견제 이후 사인이 바뀌어 전달되기도 한다. 2008년부터 3년 동안 롯데를 지휘한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5회 이전엔 거의 사인을 내지 않았다. 오히려 초구 스트라이크를 치지 않으면 짜증을 냈고, 한 이닝에 세 타자가 모두 초구를 쳐서 아웃돼도 나무라지 않았다. 색다른 지도를 접한 선수들은 모두 어리둥절해했다. 하지만 그 시절 롯데의 타격과 인기는 리그 최고 수준이었다. 적잖은 투수들이 롯데전 등판을 기피할 만큼 막강한 공격력을 자랑했다. 물론 야구팬의 열기도 최고조를 향해 치솟았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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