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미국 의회 일각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가 크게 늘어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19일(현지시간) 의회에서 드미트리우스 마란티스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대행을 출석시키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013년 무역 어젠다'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셰로드 브라운(민주, 오하이오) 상원의원은 이날 공청회에서 "자유 무역을 통해 수출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것도 좋지만 수입 측면을 너무 경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2000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 체결된 이후 미국은 만성적 무역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15일로 발효 1주년이 된 한미 FTA를 거론했다. 브라운 의원은 "단적인 사례가 지난 주 1년을 맞은 한국과 FTA"라며 "한국 상대 수출이 물론 늘었지만, 수입은 더 늘었다. 자동차 수입은 FTA 이전보다 거의 20억달러 증가했고, 전체 무역 적자 규모도 지난해 커졌다"고 주장했다.

토머스 카퍼(민주ㆍ델라웨어) 상원의원도 "한국과 FTA 협상을 할 때 수입은 50만대에 달한 반면 수출은 5천대에 그쳤다"며 "그 비율에 변화가 있느냐"고 따졌다.
　
마란티스 대표대행은 "지난해 한국에서 미국산 승용차 판매나 한국으로 자동차수출이 45% 늘었다"면서 "체리는 88%, 오렌지 주스는 83% 더 팔려나갔다. 전체 공산품 수출은 1.3%, 서비스는 8% 증가했고 지금도 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선 일본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TPP) 협정 협상 참여에 따른 미국의 전략도 도마에 올랐다.
　
의원들은 일본과의 협상에서 강경한 태도를 견지하라고 행정부를 압박했다. 일본이 자동차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하며 어떤 예외 품목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상원 농업위원장인 데비 스테브노(민주ㆍ미시간) 의원은 일본이 미국에 자동차 120대를 수출하면서 고작 한 대꼴로 수입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일본이 환율 조작으로 엔화 가치를 저평가해 불공정한 이득을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공청회를 주관한 맥스 보커스(민주ㆍ몬태나) 재무위원장도 일본이 TPP 협상에 들어온 것은 '거대한 시장'을 열 좋은 기회라면서도 일본이 미국 쇠고기 수입을 수용해야 협상이 진전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지연진 기자 gyj@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