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청와대와 감사원이 자리한 삼청동 일대가 뒤숭숭하다. 임기가 2년 남은 현 감사원장 자리를 놓고 청와대는 '새 술은 새 부대에'란 명분을 들고 양건 감사원장의 사퇴를 종용 중이고, 감사원은 '헌법에 임기가 명문화돼 있다'며 맞서는 양상이다.

갑작스레 감사원장의 교체설이 고개를 든 건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유임을 약속했던 경찰청장을 최근 전격 교체하면서다. 이같은 흐름과 박 대통령이 인사 원칙으로 제시한 '국정철학 공유'를 위해 헌법에 임기가 보장된 감사원장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과 청와대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청와대 관계자의 입을 통해 "(유임이 점쳐지던)경찰청장도 바뀌었으니 그 방향, 그 분위기로 (감사원장도)간다고 보면 되지 않겠냐"며 교체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청와대의 이같은 기류에 감사원은 "감사원장 임기가 헌법에 4년으로 보장된 이후 원장들 대부분 임기를 채우고 나갔다"며 교체설을 일축했다. 역대 감사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대중 정부 때 임명됐던 이종남 당시 감사원장의 임기를 보장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권력 교체기에 맞춰 자진사퇴 형식으로 교체됐다.

흐름이 어찌됐든 변죽을 울리는 청와대 탓에 감사원의 내부 분위기만 어수선하다. 감사원장이 바뀔 경우 사무총장을 비롯해 실ㆍ국장들 인사가 연쇄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감사원 내부는 벌써부터 술렁이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연초 계획대로 부처 감사를 진행하고는 있지만, 최근 터진 원장 교체설로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없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박 대통령이 지적한 '정권교체기 업무 공백'이 청와대 지척인 감사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감사원장의 임명권자는 대통령이다. 교체든 유임이든 대통령의 판단에 달린 문제다. 여권과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설 이유는 없다. '정권교체기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박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필요한 때다.

고형광 기자 kohk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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