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검찰이 외환은행을 조사하고 나선 것은 금융권에도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시중 대형은행이 가산금리 조작과 관련해 검찰수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향후 검찰 수사의 관건은 현 경영진의 연루 여부다. 론스타 시절의 잘못이지만 이것이 현재까지도 이어졌을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분석하고 있다"며 "금감원 수사의뢰 대상보다 피의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사건의 발단은 금융감독원의 외환은행에 대한 기관조사에서부터 시작됐다. 금감원은 "은행이 고객을 상대로 사기를 친 셈"이라고 사안의 중대성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금감원과 검찰은 외환은행이 가산금리를 임의로 인상하는 방식으로 거래하는 기업에게서 과도한 대출금리를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일부 영업점이 단독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본점 차원의 지시로 전국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자금조달 비용으로 계산한 기본금리에 대출자의 신용도, 담보 여부 등을 고려한 가산금리를 붙여 책정된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대출금리를 정하면서 가산금리를 변경할 때 지켜야 하는 조건과 절차를 무시한 채 6308건의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올렸다.
　
예를 들어 기업과 대출금리를 약정한 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를 내려주지 않고 기준금리를 유지하거나, 대출약정을 무시하고 임의로 가산금리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기업으로부터 평균 1.27%의 금리를 올려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환은행의 대주주가 론스타였던 시절 실시된 '수익성 개선 대책'에 검찰은 주목하고 있다. 당시 외환은행 관련본부는 각 기업영업본부장과 292곳 영업지점장에게 금리를 1~2개월 안에 제시한 기준까지 올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은행 본부가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평가에서 불이익을 주겠다'고 공지한 점으로 미뤄봤을 때 불법 금리 인상이 본사 차원의 조직적 범행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해서 외환은행이 챙긴 부당이득은 181억원이다. 외환은행은 이런 부당 수익을 포함한 막대한 금액을 배당 형태로 대주주였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넘겼다. 외환은행이 2007년 2월부터 2011년 7월까지 론스타에 현금으로 배당한 액수는 1조7099억원이다. 이 중에 중소기업 3089곳이 영문도 모른 채 낸 이자가 포함된 셈이다.
　
이미 금감원은 이달 초 이같은 사실을 적발하고 외환은행에는 기관경고를, 웨커 전 행장에게 문책경고 상당 징계를, 래리 클레인 전 행장에게 주의 상당 징계를 하는 등 전ㆍ현직 임직원에 대한 징계 조치를 내렸다.
　
검찰까지 나선 만큼 현 행장인 윤용로 행장도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현재 미국에 있는 웨커 전 행장도 소환될 가능성이 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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