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지식경제부의 중재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진행하던 디스플레이 특허 분쟁 협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LG전자가 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가 통신, TV, 휴대폰 등 전방위에 걸쳐 자사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며 사용 대가를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21일 LG전자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가 특허소송 취하 제안을 했는데 숨겨진 저의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이 제안과는 별도로 LG전자 특허에 대해 정당한 보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삼성전자의 특허 무단 사용을 예의 주시해왔다"면서 "디스플레이와는 별도로 3G 및 LTE 통신 표준 특허, 스마트TV에서의 UX, 스마트폰 등의 눈동자 인식 등의 기술 등 삼성전자가 전방위에 걸쳐 LG전자의 특허를 무단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삼성전자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와 관련된 특허 분쟁에서 지식경제부의 중재로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나선 상황에서 오히려 삼성전자가 전방위에 걸쳐 특허를 무단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LG전자의 특허를 광범위하게 침해했다고 생각한다면 구체적으로 LG전자가 어떤 특허를 대상으로 삼고 있고 어느 수준의 특허료를 원하는지 먼저 얘기를 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LG전자는 단 한번도 통신, TV, 스마트폰 등에서 특허권 침해와 관련해 삼성전자와 협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관계자는 "LG전자가 이미 수년전 먼저 특허 출원한 눈동자 인식 기술이 대표적"이라며 "삼성전자가 그동안 무단으로 사용한 LG전자의 특허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성실하게 협상에 나서야 이와 같은 특허 침해 사례와 관련해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승적 차원이라며 소를 취하하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저의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디스플레이로 촉발된 두 회사의 특허 분쟁은 통신, TV, 스마트폰, 가전 등 전 분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허를 주장하는 범위가 늘어나며 추가 소송도 이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지식경제부가 협상만으로는 풀 수 없는 특허권 분쟁에 섣불리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기업간의 특허권 문제는 서로 명백하게 특허 사용에 합의하지 않는 이상 소송을 전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국내기업간의 분쟁이라 해서 특허이슈를 적당히 봉합하려다 보니 오히려 일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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