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믿기지 않는 역전 드라마였다. 코치진, 선수단 모두 사실상 패배를 준비한 경기. 억누르던 부담을 버린 순간 기회는 찾아왔다. 기사회생. 벼랑 끝에서 발휘한 저력은 승부의 추를 예측할 수 없는 판도로 몰아가고 있다.

GS칼텍스가 27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2-2013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2(21-25 16-25 25-16 26-24 15-10)로 물리쳤다. 1,2차전을 모두 내준 선수단은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기사회생, 역전우승의 실낱 희망을 살렸다.

기업은행이 먼저 두 세트를 달아나자 코트 밖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우승 세리머니와 시상식에 사용될 꽃다발 행렬이 줄을 이었다. GS칼텍스 관계자들까지 안방에서 열릴 남의 잔치를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기적 같은 반전은 가장 절박한 상황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음을 비운 GS칼텍스 선수들이 한결 가벼워진 몸놀림으로 뒷심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 조기우승에 대한 확신으로 집중력이 흐트러진 상대는 순식간에 흐름을 빼앗기고 말았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난 선수단은 승리 이상의 감격으로 여운을 만끽했다. 쇄도하는 휴대폰 축하 메시지. 주장 정대영은 "막판 코너에 몰린 순간에는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며 "지더라도 후회 없이 마무리하자는 다짐이 도움이 됐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주포 베띠는 "어려운 상황에 놓이면서 왠지 모를 희망이 보였다"며 "마음을 비우고 부담 없이 공격을 시도한 게 주효했다"라고 말했다.

대역전극의 여운은 한 경기 승리 이상의 효과를 가져왔다. 되찾은 자신감에 홈 이점까지 더해 우승컵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는다. 한송이는 "지옥에서 살아나온 기분"이라고 운을 띄운 뒤 "기업은행은 유리하면서도 쫓기는 상황에 놓였다. 조급한 마음으로 덤비다가 무너졌다"라고 했다. 이어 "마지막이란 각오로 끝까지 반격해서 꼭 우승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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