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추경 앞으로'로 정리된다. 나라 돈이 부족해 돈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빚을 내든지, 세금을 더 걷든지 해야 한다. 박 대통령은 "세금은 더 걷지 마라"고 못 박았다. 빚을 낼 수밖에 없다. 빚을 낸다는 것은 재정 건전성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빚을 빚으로 돌려막기 하다보면 언젠가는 한 곳에서 터지고 연쇄적으로 영향을 끼쳐 '파산'에 이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

' 추경 앞으로'라는 경제정책방향 중심이 정해지면서 정부의 일방통행식 방향 설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정부는 정해진 수치에 따라 등장인물을 순차적으로 등장시켜 설득작업은 물론 경고까지 하면서 '추경 필연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지난 28일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발표된 이후 등장인물들을 통해 어떤 모습이 강조됐을까.

#1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최상목 경제정책국장 브리핑

28일 오전 8시. 경제정책방향 자료가 기자들에게 전달됐다. 엠바고(보도시간 유보)가 걸렸다. 오후 2시까지 보도가 유보됐다. 기자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이 첫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집권 5년 동안 무엇이 중심인지 흐름을 담고 있었다. 기자실 곳곳에서 정책방향을 담은 책자 넘기는 '사르륵, 사르륵' 소리만이 기자실을 가득 채웠다. 조용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는 모습이었다.

잠시 뒤, 오전 9시 기획재정부 최상목 경제정책국장이 백브리핑(설명하는 자리)을 하기 위해 브리핑실에 내려왔다.

최상목:(기자들은 브리핑실에 빈자리 하나 없이 가득 찼다. 기재부 담당 과장을 비롯한 관계자들도 브리핑실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앉을 곳이 없어 서 있었다.)"이번 정책방향의 키워드는 창조경제와 경제민주화이다. 경제 성장률이 낮아졌다. 지난해 12월에 올해를 전망했던 것과 두 달이 지난 지금 판단했을 때 여러 가지 상황이 변했다. 지난 12월에 성장률을 3%로 봤는데 지금은 이보다 낮은 2.3%가 될 것으로 보인다."

'탁,탁,타타타탁~' 기자들의 손놀림이 바빠진다. 노트북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브리핑실을 메아리친다. 최 국장은 잠시 뜸을 들인 뒤 다시 설명을 이어간다.

최상목:(잠시 뜸을 들인 뒤)"그것에(성장률 하락) 대응해서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온 것이다. 추경은 4월에 규모 등 구체적 안을 담은 내용이 결정될 것이다."

기자들의 자판 두드리는 소리가 더욱 커진다. 추경 부분에 이르자 손가락마저 떨리고 노트북이 긴장한 듯한 둔탁한 소리마저 들린다. 브리핑실이 더워진다. 브리핑이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기자1:(단도직입적인 말투로)"성장률 전망치가 3%에서 2.3%로 떨어졌는데 MB 잘못인가? 박근혜 정부 잘못인가?"
최상목:"잘못된 게 누구의 잘못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보는 경기 인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2 서울청사 311호실-현오석 부총리 브리핑

▲현오석 부총리

28 일 오후 4시30분 주인공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다. 현오석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신제윤 금융위원장, 한정화 중소기업청장과 함께 관계 장관 브리핑을 위해 311호실에 들어선다. 사진기자들의 플래시가 터지고 이어 현 부총리의 말이 시작된다.

현오석:"박근혜 정부 출범 첫 해인 올해 경제 상황이 어렵다. 유래 없는 저성장이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활력이 크게 떨어져 있고 향후 여건도 만만치 않다."
기자2:"추경을 감안하면 성장률은 어느 정도 된다고 볼 수 있는 것인가?"
현오석:"이런 대책(추경과 부동산 대책 등)이 이뤄진다면 하반기에 지난해 동기 대비 성장률을 3% 정도 예상하고 있다.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가감 없이 분석하고 그것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된다고 생각했다. 성장률 하향 조정이라든지 등 방향을 제시하게 된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다. 그것을 통해 국민들에게 어떤 의미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같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3 기재부와 청와대-이석준 2차관, 조원동 경제수석 브리핑

29일 오전 10시.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는 이석준 2차관이, 청와대 춘추관에는 조원동 경제수석이 동시에 들어선다. 동시다발 생중계가 펼쳐진다. 전날 발표했던 경제정책방향에 대해 언론은 경제상황의 위기국면임을 강조하고 대책이 추상적이라는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이어 국채 발행을 통한 추경 편성은 자칫 균현재정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재정건전성에 심각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았다. 이런 언론의 지적에 대해 기재부와 청와대가 같은 시간,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자리가 이어졌다.

▲이석준 2차관

이석준:(기재부 브리핑실에 자리를 잡은 뒤)"경기가 둔화되고 정부가 추진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의 매각이 늦어지면서 올해 전체적으로 12조원의 세입 부족이 예상된다. 이 부족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재정절벽(Fiscal Cliff)과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조원동:(같은 시간,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을 대상으로)"올해 세입에서 총 12조원의 세수결손이 예상되는데 이를 방치할 경우 올해 하반기 재정절벽 같은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

이석준 차관과 조원동 차관은 같은 시간, 다른 장소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들과 청와대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똑같은 멘트를 시작한다. '재정 절벽'...더 이상 쓸 돈이 없어 절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재정절벽까지 언급되면서 기자들의 질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기자3:"성장률이 떨어지고 예정했던 금융공기업 매각이 지연되면서 12조원의 세입이 줄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추경 규모는 12조+α라는 것인가?"

이석준:(잠시 생각한 뒤)그렇다고 보면 된다. 정확한 규모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와 청와대, 새누리당 등 정치권과 협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4월 중에 정확한 규모를 산출하고 후속 대책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조원동 경제수석

28 일부터 시작된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방향은 현오석 부총리,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이석준 기재부 2차관, 최상묵 기재부 경제정책국장 등 주요인물이 순차적으로 출연하면서 '경기 침체 장기화→성장률 둔화→금융공기업 매각 지연→세입 12조원 감소→추경 편성 필요→일자리 창출과 경기 부양에 투입→경기 활성화'라는 지점으로 흘러갔다.

추경은 국채발행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에게 현재의 경제상황을 설명하고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주기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나랏빚'인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하게 되면 재정건전성이 무너지면서 위기를 초래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 이는 국민들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지점이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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