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업무보고
장외영향평가제도 도입
가해자 배상원칙 엄격 적용
사고 현장 총괄하는 조정관 제도 도입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화학 사고에 대해 환경부가 '영업취소'까지 거론하며 강하게 대처하겠다고 나섰다. 일정기간 동안 같은 사고를 세 번 이상 반복하면 영업을 취소하기로 했다. 사업체로서는 '패가망신'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힘없는 하청업체에만 책임을 물었던 것도 수정된다. 원청업체에 곧바로 책임을 묻기로 했다.

환경부는 4일 오전 10시 세종청사에서 2013년 업무보고를 통해 화학 사고에 대한 초강력 대응 시스템을 마련, 보고했다. 화학 사고에 대해서는 '장외영향평가제도→가해자 피해보상책임제→삼진아웃제'를 통해 강력 대처하기로 했다. 화학사고 전담기구도 만들어진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올해 안에 화학 사고 전담기구를 설립할 것"이라며 "기획재정부와는 예산을, 안전행정부와는 인력 채용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전담기구 설립에 대해서는 잠정적 합의를 했다"고 말했다. 가칭 '화학물질안전원'이 설립될 것으로 보인다. 화학물질을 많이 취급하는 구미, 여수, 울산 산업단지에는 화학물질안전센터가 구축된다.

장외영향평가제도((Off-site Consequence Analysis)는 5월까지 도입이 추진되는데 이 제도는 화학물질 누출·폭발 등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장 외부에 미치는 악영향 까지 사전에 평가해 설계단계에서부터 안전하게 관련 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제도이다. 가해자 부담 원칙도 명확히 했다. 태안반도 기름유출의 경우 원청업체는 책임을 회피했는데 앞으로 하청업체는 물론 원청업체까지 엄격한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가해자 배상원칙이다. 원청업체 경영진에게 확실하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가해자가 없거나 가해자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 미리 기금을 조성해 배상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나아가 업체로서는 '패가망신'에 해당되는 '삼진아웃제'도 도입된다. 일정기간 동안 같은 사고를 세 차례 이상 반복하면 영업허가가 취소된다. 윤 장관은 "그동안의 통계자료 등을 정밀하게 검토해 일정기간을 어느 정도로 설정할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 장관은 "화학 사고에 대한 이 같은 대응 시스템이 마련되면 사고 피해액을 배상하는 것은 물론 영업 취소까지 가능해 해당 회사가 배상하게 되고 경영진이 화학물질 관리에 철저를 기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고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현장에서 사고 수습을 총괄하는 '현장 조정관'제도를 오는 9월 운영할 계획이다. 현장조정관은 사고가 발생했을 때 소방·경찰·지자체 담당자의 역할을 조정하고 종합하는 역할을 한다.

대형사고 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서도 적극 대처에 나선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 등 문제가 많은 일상 용품의 사고에 대한 대책을 내놓았다. 윤 장관은 "기존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 대상을 현재 연 15종에서 2015년 이후에는 연 300여종으로 대폭 확대할 예정"이라며 "가습기 살균제 같은 생활화학제품은 유해화학물질 함량기준과 표시기준 등을 마련해 관리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안'이 오는 9월까지 국회를 통과해 제정되도록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윤 장관은 덧붙였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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