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의 특징 중 하나인 ‘슬라이드 투 언락(밀어서 잠금해제)’ 화면 활성화 방식이 독일에서 특허 무효 판결을 받았다. 앞서 미국 특허청은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에 대해서도 무효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애플과 삼성전자 간 소송전의 최대 논점이었던 사용자 인터페이스(UI) 분야에서 애플이 내세우던 디자인 특허가 연달아 무력화되는 가운데 이후 특허소송전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주목된다.

특허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연방특허법원은 4일(현지시간) 애플이 삼성을 상대로 제기한 ‘밀어서 잠금해제’ 특허에 대해 무효 판결을 내렸다. 독일 법원은 “손가락을 화면의 특정 이미지를 밀어서 잠금을 해제하는 방식은 특허를 부여하기에 기술적 혁신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밀어서 잠금해제’는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화면이 잠금 상태일 때 화면에 표시된 버튼을 밀어 첫 화면을 활성화하는 기능이다. 앞서 애플은 2011년 6월 삼성전자가 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소했으나 독일 법원은 지난해 3월에 침해하지 않았다는 예비판결을 내렸기에 이번 결과는 예상됐던 것이다. 애플은 항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특허청(USPTO)이 애플의 ‘바운스백’ 특허를 무효화하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바운스백은 스마트폰으로 웹페이지나 화면을 넘겨볼 때 가장자리에 이르면 화면이 튕겨나가는 모습을 시현하는 기술로 애플의 주요 특허 중 하나다. 이외에 미 특허청은 지난해 12월에 일명 ‘스티브 잡스 특허’로 불리는 ‘터치스크린 휴리스틱스’ 특허에 대해서도 무효 예비판결을 내렸다. 이는 화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릴 때 다소 기울여있더라도 일정 각도를 벗어나지 않으면 수평·수직으로 화면을 넘겨주는 기술로, 애플의 대표 기술특허로 꼽힌다.

애플이 자랑하던 주요 특허기술들이 연이어 무효 판정을 받으면서 이후 애플과 삼성전자 간의 특허소송전도 예전보다 삼성전자에 더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삼성·애플 소송을 맡고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삼성전자에 10억5000만달러의 손해배상을 결정한 배심원 평결에서 45%인 4억5000만달러를 삭감하고 일부 제품에 대해 재판을 새로 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상태다. 애플의 주요 기술특허가 무효화될 경우 현재 약 6억달러인 삼성전자의 배상액은 더 내려갈 수도 있다.


김영식 기자 gra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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