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임혜선 기자, 오주연 기자]"요즘 명동거리에 일본 관광객들이 눈에 띄게 줄었어요. 오전 시간에는 일본 관광객들이 대부분의 매출을 올려줬는데 지금은 거의 오질 않습니다. 지난해보다 70%는 줄어든 것 같아요."-스타벅스 명동점

"지난해에는 중국 관광객과 일본 관광객 비율이 60대 4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일본인 비중이 20%도 못미칩니다. 대북 리스크때문에 더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이네요" -명동 환전소

여행업계와 유통업계가 일본 최대연휴인 '골든위크(27일~5월 5일)' 특수를 앞두고 침울하다. '엔저 현상'으로 일본 관광객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 '북한 리스크' 악재까지 겹쳐 관광객 급감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여행사들은 대북 리스크로 인한 직접적인 영향에 비상에 걸렸다. 모두투어는 이달들어 한국에 들어오는 일본 인바운드 상품의 추가예약이 한 건도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한국과 일본과의 불편한 외교관계와 엔저 영향으로 모객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는데, 북한 사태까지 터지면서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아예 끊긴 것이다. 예약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당일과 일주일전 예약 취소가 전체 15% 정도"라며 "일본 골든위크 특수가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나투어의 경우 아직까지 취소로 이어진 건 없지만 문의 전화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도 이번 골든위크를 통한 '일본인 특수'는 일찌감치 포기한 상태다. 예년에는 한달 전 혹은 최소 3주 전부터 일본인과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골든위크 프로모션을 앞다퉈 선보여왔지만 올해는 뚜렷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 현대백화점만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K-세일' 페스티벌을 연다고 밝혔지만 기존의 외국인 대상 할인 행사와 별다른 특색은 없다는 게 업계 평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이미 일본인 관광객이 많이 빠져나가있는터라 골든위크라도 해도 이들이 다시 한국을 찾을만한 요인은 없다"며 "불확실한 고객을 끌어모으겠다고 백화점 입장에서 이들에게 프로모션 비용을 쓰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국내 특급호텔과 면세점도 주의깊게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 지난해말부터 엔저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는데 이번 북한 리스크로 남은 고객들마저 달아날까봐 노심초사다.

소공동 롯데호텔은 지난해 4분기 기준 일본인 관광객이 전년동기대비 30% 가량 감소했다. 엔저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4월 저점을 찍고 다시 원래 수준대로 회복할 것으로 내다 봤지만 생각지 못한 전쟁 이슈가 터져 한치앞을 관망할 수 없는 상황이다.

롯데호텔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일본 고객들이 줄긴 했는데 이게 엔저 때문만인지, 북한 이슈 때문에 지난해 상황이 지속되는건지 확신이 안 선다"면서 "비즈니스 출장을 오는 고객들은 꾸준히 오고 있어 일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파크하얏트는 이미 호텔 예약 취소가 늘고 있다. 파크하얏트 관계자는 "레스토랑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고 문의도 늘고 있다"면서 "위치상 비즈니스 출장 수요가 많은 곳인데도 영향을 받고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면세점의 경우 당장 직접적인 영향은 없지만 조심스럽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한반도 안보위협 대책반을 가동하는 한편 29개 해외 지사들로부터 이상 징후를 매일 통보받으며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명동에는 이미 지난해말부터 엔저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쑥 빠져나갔다"면서 "골든위크 기간이지만 엔저와 북핵 리스크 때문에 예년처럼 '골든위크 특수'를 노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임혜선 기자 lhsro@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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