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푸근한 외모와 수려한 입담으로 안방에 웃음을 전하던 김용만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혹자는 그가 왜 방송에 나오지 않는지, 그 이유조차 모른다. 믿기 어렵겠지만 혐의는 '불법 스포츠 도박'이다. 최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상습적으로 불법도박을 한 혐의로 김용만을 불구속 기소했다.

김용만은 지난 2008년 1월부터 2011년 5월까지 인터넷 사설 스포츠토토를 통해 13억 35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그는 혐의 사실을 인정하고 몸담고 있던 모든 방송에서 하차했다. 당시 김용만은 MBC '섹션TV 연예통신'을 비롯해, KBS '이야기쇼 두드림' '비타민' SBS '스타부부쇼 자기야' 등 지상파 3사를 제 집처럼 넘나들며 활약 중이었다. 그가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자 시청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어떠한 얘기라도 본인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것이 당연지사.

하지만 김용만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흔한 "죄송하다"는 말조차 없었다. 그러나 불구속 기소가 확정되자 살며시 입을 뗐다. 김용만은 보도자료를 통해 "큰 실망을 드려 죄송하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부끄럽다"며 "빠르게 입장표명을 할 수 없었던 점 또한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검찰에 출두해 모든 것을 인정하며 조사에 임했다는 그는 "어떠한 결정이 내려진다 하더라도 달게 받겠다"며 "자신을 돌아보고 도덕적으로 더욱 성숙하고 흔들리지 않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깊은 반성과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그의 이 같은 행보는 어딘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그가 정말 진심이라면 조금 더 빨리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어야 하는 게 맞다. 본인 스스로도 힘든 시간을 보낸 것은 이해하지만 그를 사랑했던 시청자들 역시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과거 방송 3사를 아우르며 방송계를 주무르던 강호동은 세금 과소 납부 혐의로 국민의 신뢰를 떨어뜨리자 '연예계 잠정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그의 혐의는 공소권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 되며 사실상 무혐의 처분됐지만 강호동은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며 대중 앞에서 물러났다.

이후 동정론에 무게가 실렸고, 많은 이들이 "돌아오라"고 외쳤음에도 그는 자중했다. 오랜 시간 진정한 의미의 '자숙'을 하며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던 강호동은 본인이 대중 앞에 당당히 나설 수 있는 때가 되자 드디어 돌아왔다.

'자숙'이란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조심한다'는 뜻이다. 단지 자신의 과오를 덮기 위한 단어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똑같이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도, 어떤 이는 작은 잘못에 크게 반성하고 또 다른 이는 큰 잘못에 짧은 반성 만을 한다.

하지만 시간과 방식은 차치하더라도 그 안에는 무조건 '진심'이 담겨야 한다. 때늦은 김용만의 "반성과 자숙"이라는 말에 진심이 조금 덜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이는 그가 풀어내야 할 숙제다.

유수경 기자 uu84@
<ⓒ아시아경제 & 스투닷컴(stoo.com)이 만드는 온오프라인 연예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