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친(親)박근혜계 인사인 이경재 방송통신위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을 놓고 여야가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여당측 간사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은 12일 MBC 라디오에 나와 "청문회를 했으면 청문보고서 채택은 당연히 하도록 인사청문회법에 돼 있는데 당연한 절차를 볼모로 잡아 정치적 도구, 정략의 수단으로 삼고 있다"면서 "이런 야당의 태도는 스스로 만든 법ㆍ제도를 무력화하는 것이며 철저하게 당리당략적으로 의회절차를 무시하고 파괴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조 의원은 "이번에는 (보고서채택을) 꼭 하겠다고 확실히 약속을 하고 진행한 청문회인데 손바닥 뒤집듯이 약속을 뒤집는 야당의 행태가 굉장히 구태의연하다"면서 "약속을 저버리고 뒤집은 것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질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이같은 주장에 민주당은 "부적절한 인물에도 보고서를 채택하자는 취지의 약속은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미방위 전병헌 의원은 "청문회를 해본 결과 약 30여년 간의 방통위 역사상 20여년간 정치인 활동을 했던 정치인 출신을 임명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정치인 출신으로서 정치적 편향성과 타당성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는데 너무나 부족했다"고 말했다. 야당은 이런 점을 근거로 부적격으로 인사청문회 보고서를 채택할 것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이 거부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정파적이고 당파적인 이경재 후보자를 내정한 것 자체가 최악의 무개념인사였으며 이 후보자가 내정발표 당시 새누리당 당적(내정 직후 탈당)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과 텔레파시까지 통한다고 하고 대통령 측근이라고 불러줘 감사하다고 얘기하는 사람"이라며 "제 2의 방통대군, 박근혜정부의 최시중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날 미방위는 이 후보자의 경과보고서 채택 안건을 심의했으나, 상임위 차원의 부적격 의견 채택을 고수한 야당 의원들이 전격 퇴장함에 따라 의결 정족수 미달로 처리가 무산됐다. 인사청문회법에 국회 상임위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날부터 사흘 안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의장에게 제출하게 돼 있는데, 미방위는 이날 전체회의 개최 계획이 없기 때문에 이 후보자의 경과보고서 채택은 물건너 갔다.

이 후보자가 정치적 인준을 받지 못함에 따라 박근혜정부에서 인사청문 보고서채택이 무산된 내정자는 김병관 국방ㆍ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ㆍ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ㆍ윤진숙 해양수산부 등 5명으로 늘어났다.

이경호 기자 gung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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