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26일 오전 국회 로텐더홀. 새누리당 의원들이 의원총회를 끝내고 본회의장 입장을 나오는 순간 반대편에서 안철수 의원이 등장했다. 순간 모든 카메라 플래시가 안 의원 한 명에게 집중됐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안 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모습을 보면서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이종훈 의원은 "이석기ㆍ김재연 의원이 부정경선 논란 직후 처음 본회의 입장한 뒤로 (언론의 관심이 이렇게 집중된 것은) 처음이네"라며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대선주자였던 무소속 안 의원의 국회 입성을 바라보는 새누리당의 셈법이 복잡하다. 단기적으로는 안철수발 정계개편으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다만 안 의원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차기 대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이 같은 심경은 전날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그대로 전해졌다. 심재철 최고위원은 "안 의원의 등원을 축하하고, 좋은 의정 활동을 해주길 기대한다"며 짤막한 인사를 했다. 유기준 최고위원 역시 "안 의원의 향후 행보가 불안정한 야권 정치세력 변화에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일단 새누리당은 안철수발 야권의 정계개편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안 의원이 신당을 창당하거나 민주통합당에 입당하는 시나리오 모두 야권이 자중지란에 빠지면서 반사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초선 의원은 "전당대회 이후 민주당이 당을 추스르기도 전에 정계재편의 소용돌이에 휘말린다면 전략적인 차원에서 이득"이라고 표현했다. 당장 올해 10월 재ㆍ보궐선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위험성도 공존한다. '안철수 신당'이 교섭단체 이상을 형성하거나 민주당에 입당해 당권의 핵심축으로 성장할 경우 10월 재보선에서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재보선이 예상되는 10곳 중 9곳이 새누리당 의원의 지역구여서, 일부가 이탈할 경우 '원내 과반'이라는 상징적 숫자를 잃을 가능성도 있다.

장기적으론 악재로 보는 경향이 많다. 당분간 안 의원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데 비해 새누리당에선 뚜렷한 차기 주자가 보이지 않아서다. 차기 대선 등에서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서병수 사무총장은 "국회의원 300명 중의 한 사람"이라며 "그렇게 영향력이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평가했다.

박민식 의원은 "안 의원이 들어온다고 해서 손익계산서 작성하듯이 따질 필요는 없다"며 "새누리당이 선제적으로 개혁하고 쇄신하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