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RB)가 1일(현지시간) 매월 850억달러 규모의 채권을 사들이는 3차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그러나 노동시장과 물가 상승을 감안해 채권 매입 규모를 축소 또는 확대할 수 있다고 명시해 향후 조정 가능성을 미리 열어뒀다. 기준금리는 0∼0.25%의 초저금리 기조를 현행대로 이어가기로 했다.

FRB는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금융ㆍ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다.

FRB는 회의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의 최근 경제 활동은 완만한 속도(moderate pace)로 확장하고 있다. 노동 시장의 상황이 최근 몇 개월간 개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실업률은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물가 안정 기조 속에서 고용 상황 전망이 확연하게 개선될 때까지 매달 국채 450억달러 상당과 주택담보부채권(모기지채권) 400억달러 어치를 매입하는 양적 완화 정책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연초 단행된 소득세 인상과 3월 1일 발동한 연방 정부의 예산 자동 삭감, 이른바 시퀘스터(sequester)로 인해 미국 경기 회복 속도에 탄력이 붙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이전의 FOMC 회의 결정 사항과 달라진 것이 없다. 눈길을 끄는 새로운 내용은 성명에서 "노동 시장 상황과 인플레이션 변화 등을 감안해 적절하게 채권 매입 규모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에대해 FRB가 양적 완화 정책 확대 혹은 축소를 할 준비에 들어갔다고 분석했다.

실업률이 높아지면 채권 매입규모를 늘리고,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질 때는 반대로 매입을 줄여서 양적 완화 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겠다는 방침을 미리 못 박아둔 것이다.

연준은 특히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말미암아 인플레이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준은 성명에서 "적절한 정책 조절 덕분에 경제 성장은 완만한 속도로 진전되고 실업률도 서서히 떨어지는 한편 중기 물가상승률은 2% 목표치에 부합하거나 이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결정에는 경기 부양 기조 유지를 천명해온 벤 버냉키 의장과 윌리엄 더들리 부의장을 비롯한 FOMC 이사 11명이 찬성했다.

그러나 캔자스 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인 에스더 조지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하며 유일하게 반대 표결했다.



김근철 기자 kcki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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