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5월 그린북'…엔저 영향 생산·투자·수출 부진

[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엔저와 유럽경제 회복 지연 등의 영향으로 국내 경기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7일 최근 경제동향(5월 그린북)을 통해 '저성장 기조'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재부는 지난달 처음으로 '저성장 기조'라는 평가를 내놓은 데 이어 이 달에도 같은 표현을 이용해 우리 경제 상황을 설명했다.

기재부는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고용증가세 둔화와 생산·투자·수출 등 주요 실물지표 부진이 지속되는 모습"이라며 "미국의 채무한도 협상, 유럽경제 회복지연, 엔화 약세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가운데 투자·수출 등 실물경제 부진이 이어지면서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줄곧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실물지표의 부진은 이달에도 이어졌다. 기재부에 따르면 3월 고용시장은 설 연휴로 크게 둔화됐던 취업자 증가폭은 다소 개선됐지만 2개월 연속 20만명대에 머무르는 등 고용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 3월중 설비투자는 전월대비 6.6% 감소했다. 4월중 수출은 조업일수 증가에도 불구하고 대일본 수출 부진 등의 영향으로 전년동월 대비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기재부는 "물가안정 흐름 속에 소비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경제 회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분기 민간소비는 전분기대비 0.3% 감소했다. 기재부는 "4월 소매판매도 의복, 식음료품 등 유통업체 주요 판매상품과 내구재 등의 판매가 둔화되면서 3월보다 다소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기재부 모니터링 결과 4월 대형마트 매출은 전년 동월 대비 10.3% 줄었고, 백화점 매출은 1.6% 감소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은 살아날 조짐을 보였다. 4월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2% 증가하면서 1년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4ㆍ1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주택 시장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으로 평가된다.

신창목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경기가 둔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가 다소 개선됐다는 평가 역시 한동안 소비가 억눌려 있었던 영향이 크고, 1~2월 소비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탓에 수치상 3월에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소비가 개선될 재료가 없다"면서 "추경 편성 등 정책효과도 하반기 들어서야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2분기까지는 부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 같은 정부의 경기 판단이 이틀뒤인 9일로 예정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의 효과 증폭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이어가고 있지만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리 동결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종=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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