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독일에 본사를 둔 글로벌 기업 지멘스가 아시아와 중동 지역의 에너지ㆍ발전사업을 총괄할 지역본부를 한국에 설치하기로 했다.

7일 지멘스 한국법인의 김종갑 한국지멘스 회장은 "오는 10월부로 화력발전을 중심으로 하는 지멘스의 에너지솔루션 사업의 아시아ㆍ중동지역 본부를 한국에 두기로 했다"며 "터빈 등 주요 장비를 공급하는 일을 비롯해 발전사업 전 과정을 아우르는 턴키방식의 사업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에너지솔루션(ES)사업 아시아지역본부는 우선 올해 해외 고급인력을 포함해 100명 이상을 고용한 후 오는 2017년까지 500명 수준까지 인원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김 회장은 "1단계 투자가 마무리되는 2017년이면 에너지 및 발전소 관련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링과 프로젝트 수행, 시운전 등 발전사업 전 분야를 총괄하는 전문회사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계분야 등 고급인력을 한국에서 육성하는 일과 함께 기존에 같이 손발을 맞춰온 국내 EPC업체와 파트너십도 한층 강화할 것으로 김 회장은 내다 봤다. EPC업체란 설계(Engineering)ㆍ구매(Procurement)ㆍ시공(Construction)의 약자로 주문을 수주한 업체가 기본 설계부터 각종 자재구매, 감리ㆍ건설 등 시행과 시운전 등을 총괄해 수행하는 업체를 뜻한다.

지멘스는 지금도 국내 EPC업체를 비롯해 각종 발전공기업 등에 터빈 등 플랜트의 주요 핵심설비를 공급하고 있다. 지멘스가 한국에 본부를 둔 만큼 각종 발전설비부품을 만드는 국내 중소형 제조업체나 설계ㆍ시공업체들과의 거래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회장은 최근 청와대에서 열린 외국투자기업 간담회에서 이 같은 사실을 처음 공개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예정된 투자계획대로 잘 이행해 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규모 제조설비를 짓는 등 당장 가시적인 결과물이 보이는 투자는 아니지만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엔지니어링 분야 인력을 육성하는 일인 만큼 관련산업 발전과 직접 연관된 일이라고 회사는 강조했다.

지난해 기준 190여개국가에 진출해 연간 112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는 초국적 기업 지멘스가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에너지사업 관련 지역본부를 한국에 두는 건 북미지역본부에 이어 두번째다. 화력발전을 비롯해 풍력ㆍ태양력ㆍ송전 등 다양한 에너지ㆍ발전사업 비중은 회사 전체 매출의 35%에 달한다.

다양한 국가들을 따돌리고 한국이 아시아지역본부로 낙점되기까지는 독일 본사 차원에서 2년 가까운 논의가 있었다. 한국이 낙점된 건 관련사업을 진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본사가 이번 결정을 하는 데 북한 리스크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고 김 회장은 강조했다.

정명철 한국지멘스 에너지부문 부사장은 "지난 60여년간 전 세계에서 활동한 국내 EPC업체들의 축적된 경험은 물론 미국ㆍ유럽 등 선진시장을 비롯해 아세안 등 신흥시장과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돼 있는 등 여타 경쟁국가에 비해 유리한 측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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