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민규 기자] "한국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합을 중시하는 사회시스템으로 인해 창조적인 발상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이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에 화답해 가동한 노벨상 프로젝트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초대 이사장을 맡은 최양희 서울대 공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사진)는 14일 우리나라 과학기술 풍토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이와 함께 최 이사장은 한국의 과학기술 연륜이 짧은 점과 산업 발전을 중시하며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뤄온 점도 기초과학 분야의 취약한 원인으로 꼽았다.

그는 "국내 과학계에서도 그간 창조적인 발상이 소홀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없었던 사고 방식과 틀로 나이에 관계없이 연구자들을 격려하고 마음껏 활동할 수 있는 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미래산업 발굴을 위해서 민간의 역할이 중요하다 생각한다"며 "글로벌한 교류가 중요하다고 느끼고 있던 차에 삼성에서 이런 제의가 와서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선임 소감을 밝혔다.

이어 최 이사장은 "재단에서 투자하는 10년간 1조5000억원의 금액이 적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민간에서 이처럼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은 연구 지원 재단을 설립한 사례는 전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연구비를 지원하는 조직은 전세계적으로 대단히 많지만 대부분 정부기관이다"라며 "민간이 지원하는 곳도 특정 분야에 한정되거나 특수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게 일반적인데 삼성의 경우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연구 지원에 나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미래기술육성재단의 성격에 대해 "일종의 공공성을 띤 민간 연구재단"이라며 "삼성전자가 전액 출연하기는 했지만 연구 지원을 어떻게 진행할지는 재단에서 독립성을 갖고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 이사장은 "삼성의 이번 재단 설립 파급효과가 민간의 연구 의지를 활활 타오르게 했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국내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연구 지원을 확대·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민규 기자 yu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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