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금융당국이 가축재해보험, 풍수해보험과 같은 정책성보험의 취급 범위를 전 보험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성보험은 정부가 농민 등을 위해 보험료의 일부를 보조해주는 상품이나, 손해율이 지나치게 높아 민간보험사가 접근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23일 "판매처가 일부 보험사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면서 "다른 보험사로 확대될 경우 경쟁이 촉발돼 소비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검토 이유를 설명했다.

현재 농작물재해보험과 가축재해보험은 NH농협손해보험에서 단독으로 판매하고 있으며 풍수해보험은 농협손보를 비롯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대형 손보사 정도만 상품화한 상황이다.

정책성보험 판매가 확대되지 못한 이유는 높은 수준의 손해율 때문이다. 농협손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농작물재해보험의 판매실적은 1375억원 정도였지만 손해율은 무려 357.1%에 달했다. 보험료로 1000원을 냈다면 회사에서 손해발생으로 지급한 보험금은 3571원이라는 얘기다. 가축재해보험은 915억원 어치를 판매해 93.5%의 손해율을 기록했다. 사업비를 제외하면 역시 적자를 면치 못하는 구조다. 다른 보험사가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작물이나 가축관련 재해보험은 자연재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보니 사고발생에 대한 통계집적이 쉽지 않은데다 정부지원에 따른 가입자의 도덕적해이(모럴해저드)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풍수해보험의 경우 농협손보를 제외한 대형 손보 4사의 가입건수는 지난해 31만1810건으로 전년대비 3만3000여 건 가량 감소한 반면, 보험료는 132억원에서 185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손해율이 높아 건당 보험료가 증가한 결과다. 동부화재의 지난해 손해율은 167.6%에 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농림축산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항이지만 민간 보험사로 취급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보조를 늘리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이 참여해 경쟁이 확대되면 결국 손해율이 낮아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금감원의 입장이다. 농작물 및 가축재해보험을 유일하게 판매하고 있는 농협손보 관계자는 "경험이 없는 일반 손보사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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