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이 최악의 대졸자 취업난을 겪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역사상 가장 힘겨운 취업 시즌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최근 중국 언론의 취업 관련 기사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구다.

미국에서 발간되는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 인터넷판은 다른 나라들보다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는 중국이 심각한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다면서 학력 인플레를 조장한 중국 정부에 책임이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중국 인력자원사회보장부(中國人力資源和社會保障部)에 따르면 올해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하는 젊은이는 699만명이다. 지난해보다 19만명이 더 증가해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대졸자가 구직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됐다.

그러나 올해 여름 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 가운데 취업에 성공한 이는 52.4%에 그친다. 1년 전보다 7%나 감소했다. 베이징(北京)의 경우 예비 대졸자의 취업 성공률은 33.6%에 불과하다. 베이징 고용시장에서 올해 대졸자가 차지할 수 있는 일자리는 9만8000개로 지난해보다 14% 줄었다.

중국의 '수출 허브'인 광둥성(廣東省) 광저우(廣州)는 문제가 더 심각하다. 대졸 예정자 가운데 46%만 취업이 확정돼 출근을 기다리고 있다.

기업들의 채용의지도 예전만 못하다. 최근 CCTV는 근로자 수 1000명 이상의 중국 대기업들이 올해 신규 채용을 지난해보다 3.6% 줄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올해 2월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는 더 충격적이다. 조사대상 기업들은 올해 채용 예정인원을 지난해 보다 15% 줄이겠다고 답했다.

대졸자 취업난은 통계에서 드러난 것보다 더 심각할 수 있다. 대학들이 이미지 제고 차원에서 눈속임으로 취업률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취업이 확정된 학생에게만 졸업장을 주는 일부 대학 때문에 중국에서는 가짜 취업 증명서까지 난무하고 있다. 대학이 제출한 취업 관련 자료를 분석한 정부 통계가 부풀려지는 것이 당연할 정도다.

포브스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취업하지 못하는 중국의 젊은이들을 정부가 조장한 학력 인플레의 희생양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대학들은 정부의 교육 시스템 확대 요구에 따라 1999년부터 정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대학 입학자 수가 4배로 늘었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과거에 비해 느려진 것도 취업난의 한 원인이다. 중국 경제가 넘쳐나는 대졸자를 모두 수용할 수 없게 되자 지난 10년 간 많은 대졸자가 '개미족'으로 전락했다. 개미족이란 대학 졸업 후 대도시로 올라왔으나 일자리조차 구하지 못해 좁은 집에서 여럿이 모여 사는 젊은이들을 일컫는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은 개미족이 더 늘 것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이 1% 낮아질 때마다 일자리 100만개가 사라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8%에서 7.75%로 하향 조정했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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