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지 전경. 도로, 담장, 우물의 흔적을 확인할수 있다.(자료=문화재청)

출토된 유물들 중 일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경주시내 외곽지역인 방내리·모량리 일원에서 통일신라시대의 도로, 우물, 담장, 적심(積心)건물지, 제방시설 등을 갖춘 도시유적이 확인됐다.

영남문화재연구원은 경상북도 경주시 건천읍 방내리·모량리 일원의 1km 전장 경주 동해남부선 연결선 건설공사 구간 내 발굴작업에서 통일신라대 도시유적을 발견했다고 11일 밝혔다.

확인된 통일신라대 도로는 그 폭이 5~8m로 총 10여곳에서 분포돼 있으며, 모두 남-북, 동-서 축으로 이뤄져 있다. 이 도로에 의해 구획된 하나의 방(坊)은 120×120m의 규모로, 방 내에는 담장과 우물, 적심건물지로 구성된 가옥이 조성돼 있었다. 또 하천(大川)과 인접한 북쪽경계 지점에서는 동서로 연결된 길이 30m, 폭 5m의 석축제방이 발견돼 도시의 경계도 확인됐다.

유물로는 다수의 수막새, 암막새를 비롯해 고배(高杯), 인화문(印花文)토기, 청동접시, 수레굴대, 탑상전(塔像塼), 치미(용마루 장식기와), 청동거울 등이 출토됐다. 특히 이 유물들 중 건물을 지을 때 땅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하에 묻는 매장품인 진단구(鎭壇具)가 우물주변에서 발견됐는데, 이는 청동접시의 바닥에 왕(王)자가 새겨져 있는 모양이다.

발굴지역 일대는 신라 6부의 하나인 모량부(牟梁部)의 옛 지역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신라왕경으로 진입하는 서북방면의 주요 교통로다. 사적 제43호인 ‘경주 금척리 고분군’이 조사지역과 인접해 있으며, 북쪽으로 5km 지점에는 사적 제25호인 ‘경주 부산성’이 위치하는 등 역사·지리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자리한다.

연구원은 "도로와 건물지의 중복이 많고, 건물 조성 시 이용된 축성토에서 5세기의 유물이 다수 출토된 점으로 미뤄 볼 때 5세기경부터 마을이 조성돼 6세기, 7세기를 거쳐 8세기경에 경주왕경과 같은 도심으로 발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구원은 "방제(坊制)에 의한 도시의 조성이 그동안 경주시내에서만 존재한 것으로 이해하였으나, 경주시내 외곽지역에서 방제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게 돼 신라 왕도의 발달사를 추정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삼국유사 진한조(三國遺事 辰韓條)에는 “신라의 전성기엔 경중(京中)에 17만8936호, 1360방, 55리와 35개의 금입택(金入宅, 금박을 입힌 주택)이 있었다”고 기술돼 있다. 연구원은 이 문헌에서 설명하는 1360방과 현재의 통설인 360방의 차이를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삼국유사의 사료적 가치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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