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주주 오릭스와 법적분쟁 비화
전체 주주 이익 위배 지분율 확대 꼼수

[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STX그룹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STX에너지 지분매각을 추진중인 가운데 현 최대주주인 일본계 자본 오릭스와의 갈등이 법정으로 번졌다. 오릭스가 STX에너지의 자회사인 STX솔라를 청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STX 측은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11일 STX에 따르면 이창우 STX에너지 비상근 감사는 전날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에 STX솔라의 청산문제와 관련해 위법행위를 멈춰달라는 내용의 가처분신청을 제기했다. STX에너지 이사회의 일부 오릭스 측 이사들이 자회사인 STX솔라를 청산하려고 하자 이를 제지하고 나선 것이다. STX 관계자는 "STX솔라의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높은 상황에서 강제로 청산하는 건 STX에너지와 전체 주주 이익에 반하는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STX그룹으로부터 지분 절반을 취득해 최대주주로 있는 오릭스가 STX솔라를 청산하려는 건 지분율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해 투자유치 당시 양사간 맺은 계약에는 'STX에너지 일부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는 사건이 발생하면 오릭스가 추가 투자 없이 우선주 전환을 통해 지분율을 확대할 수 있다'는 내용의 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최근 STX그룹의 주요 계열사가 채권단 자율협약을 맺거나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경영난을 겪자 오릭스는 STX에너지 이사회를 열어 STX솔라 청산문제를 논의하자는 의사를 STX 측에 전했다. STX에너지 이사진 8명 가운데 오릭스 측 이사는 오오시마 유키 오릭스 글로벌본부장을 포함해 3명이다.

오릭스 한국법인 관계자는 "지난해 투자 당시 STX솔라를 떼어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으나 그룹 내 다른 계열사로 옮기는 작업 등이 여의치 않아 나중에 가져가기로 합의됐던 내용"이라며 "STX솔라를 반드시 청산하겠다는 게 아니라 옮기는 작업에 앞서 회사의 가치를 평가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TX가 우선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제기한 건 투자유치 당시 맺은 계약사 일부 조항이 자신들에게 불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회사에 따르면 지난해 계약 시 오릭스는 "STX의 경영상 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STX솔라를 청산한다"는 조건을 주장했으나 STX 측은 "STX에너지 이사회에서 정당한 평가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릭스는 "전체 이사 가운데 한명이라도 청산에 찬성하면 STX솔라를 청산한다"는 조항을 요구했고 STX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태양전지·모듈정밀기계를 생산하는 STX솔라에 대한 양사간 평가는 크게 엇갈린다. 오릭스는 현재 청산가치가 500억원 수준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릭스 관계자는 "청산과 관련해 상대(STX)쪽에서 협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반면 STX는 "외부 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STX에너지가 보유한 STX솔라 지분과 대여금 장부가액은 900억원이 넘으며 STX솔라에 대한 감사보고서는 적정의견이었다"며 "STX솔라 청산으로 발생하는 STX에너지 기업가치 훼손을 자신들의 지분율을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속셈"이라고 주장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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