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이탈리아의 스포츠카 제조업체가 페라리가 연간 자동차 생산대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최고급화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페라리는 올해 6900대의 자동차만을 생산해 생산량을 지난해 보다 400대 줄일 계획이다. 생산량을 줄이기로 결정한 것은 2003년 이후 10년 만이다. 대당 평균 판매 가격이 3억원이 넘는 페라리의 지난해 전 세계 판매량이 7318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생산량이 7000대 이하로 줄어든다는 것은 희소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루카 코르데로 디 몬테제몰로 페라리 회장은 "사상 최대 이익을 내고 있는 지금이 경영 전략을 바꿔야 하는 적기"라고 말했다. 지난해 페라리는 3억5000만유로의 거래 이익(Trading Profits)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올해 250명의 직원을 추가로 고용했고 직원들의 보너스로 8500유로 이상을 나눠줬다.

몬테제몰로 회장은 "자동차를 더 적게 만들겠다는 것은 매출이나 순익을 줄이고 싶다는 얘기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권층만 페라리의 고급스러움을 가질 수 있다는 인식을 강하게 하고 싶다"면서 "자동차를 더 적게 만들어야 중고차 시장에서도 페라리의 (고급스런) 가치를 계속 유지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페라리는 갑부들만 탈 수 있는 최고급 슈퍼카를 통해 '명품' 이미지를 계속 끌어 올리고 있다. 페라리가 지난 3월 선보인 130만달러(약 14억원)짜리 신차 '라 페라리'는 이미 사전 계약 대수가 1000대를 넘어섰다.

페라리의 최고급화 전략은 핸드백 제조업체인 에르메스의 전략과 맥락을 같이 한다. 비싸지만 희소성이 있는 에르메스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 일반 소비자들은 매장에 들려 제품군 중 가장 가격대가 낮은 열쇠고리, 목욕타월, 반지 등을 종종 고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고른 가장 싼 제품들은 회사 입장에서 마진이 가장 많이 남는 제품들이다.

중국에서는 1분마다 95대의 페라리 로고 제품이 팔릴 정도로 페라리 브랜드의 인기가 높은데, 물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사가는 제품은 페라리의 제품군 가운데 가장 저렴하고 마진률이 높은 카시트와 유모차다.

다만 일부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최근 중국의 명품 소비가 주춤해지고 있는 환경 속에서 페라리의 최고급화 전략이 잘 먹혀들어 갈 수 있을지 염려하고 있다. 번스테인 리서치의 맥스 와버튼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는 "이미 페라리의 중국 매출 신장세는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면서 새 전략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냈다.



박선미 기자 psm82@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