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스탠다드차타드(SC) 은행의 파격적인 인사실험이 시작됐다. 노조와 협의를 거쳐 현재 만 58세인 정년을 62세까지 늘리는 '정년 연장형 은퇴 프로그램'을 내달부터 시행한다. 14일까지 1차 신청을 받는다.
　
SC 노조는 지난해 7월 임금협상의 조건을 타진하며 '정년 연장안'을 제안했다. 사측은 통 크게 제안을 수요하되 '철저히 실적에 따라 연봉을 지급한다'는 조건을 걸었다. 금융권이 노사협약을 통해 정한 정년은 일반 행원의 경우 58세, 임금피크제 적용시 60세다. SC의 정년은 이 보다 2년이 길다.
　
정년 연장 프로그램은 15년 이상 근무한 직원 가운데 부장급은 48세 이상, 팀장급은 45세 이상이면 신청할 수 있다. 다만 54세까지 신청하지 않으면 기존 정년(58세)이 그대로 적용된다. 현재 이 프로그램의 신청 자격을 갖춘 직원은 전체의 20%인 1000여명 수준이다.
　
신청자들의 급여는 영업 실적에 따라 달라진다. 프로그램 신청 직전 해의 연봉을 기준으로 연봉의 2배 이상 실적을 올려야 전년과 같은 급여를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종전에 연봉 1억원을 받았던 사람이라면, 이자나 수수료 수익으로 2억원을 벌어들여야 1억원의 연봉을 보장받을 수 있다. 영업 실적이 목표치를 밑돌면 최대 30%까지 연봉을 깎는다. 바꿔 말하면 영업 실적이 목표치에 못 미쳐도 7000만원 이하로는 급여가 줄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 목표치를 초과해 실적을 올리면 인센티브도 준다. 목표치가 2억원인데 2억 5000만원의 실적을 올렸다면, 초과 실적이 되는 5000만원의 35%, 최대 1750만원까지 인센티브로 가져갈 수 있다. 실적과 무관하게 대학생 자녀에 대한 학자금 지원 혜택은 계속 제공된다.
　
관건은 현실적으로 은행이 제시한 영업실적을 달성할 수 있느냐다. 정년 연장이 '빛좋은 개살구'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SC측은 이에 대해 "은행은 영업조직이 돈을 벌어 인사와 구매관리 등 조직 전체를 먹여살리는 구조로 운영된다"면서 "자기 몸값의 두 배정도 실적을 올리는 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적을 셈하는 방식은 꽤 복잡하다. 판매 상품에 따라 가중치나 반영 비율이 달라진다. 경우에 따라선 예금 100억원을 유치하는 것보다 10억원짜리 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게 더 유리하기도 하다. 예금이라면 규모와 더불어 얼마나 맡겨다가 돈을 찾아 가느냐를, 대출이라면 6개월이나 1년짜리 단기 신용대출인지, 20년 이상 나눠갚는 주택담보대출인지에 따라 반영 비율이 달라진다. 기업금융 부문에선 팀으로 움직여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반영 비율은 그 때 그 때 기여도에 따라 달라진다.
　
SC는 숫자 뒤에 숨은 지향점도 귀띔했다. "회사 입장에선 고임금 고참보다 신입행원이 더 매력적이지만 '일과 삶의 밸런스', 즉 다니고 싶은 회사를 지향한다는 가치를 담고 싶었다"고 한다. SC관계자는 "한국적 공동체 문화를 이해하면서 오래오래 더불어 가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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