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직장인 정모(32)씨는 이달 초 코스피가 급락하는 것을 보자 쌈짓돈 1000만원을 투자해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사들였다. 현재까지 그의 수익률은 마이너스 10%대. 정씨는 "조만간 반등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시장 약세가 생각보다 오래 이어지고 있다"며 불안해했다.

이달 급락장 속에서 개미들이 향후 반등장을 노리고 파생형 상품과 시장 대장주를 대거 사들였지만, 예상과 달리 하락장이 이어지고 있다. 조만간 개미들의 입에서 곡(哭)소리가 나올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이달 들어 24일 현재까지 16거래일 동안 KODEX레버리지를 1조4091억원 순매수했다. 하루 평균 880억원어치를 사들인 꼴이다. KODEX레버리지는 시장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하는 ETF다. 수익률도 2배지만 손실률도 2배인, 일종의 파생형 상품이다. 개인은 최근 급락장을 기회로 보고 대거 자금을 밀어 넣은 셈이다.

KODEX 레버리지는 개인 순매수 2위였는데, 같은 기간 1위는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개인은 삼성전자를 1조5924억원 사들이며 지수 반등에 대한 강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어 LG전자(2146억원), KODEX 200(1525억원), 삼성전기(1145억원) 등이 3~5위를 차지했다.

개인은 신용거래를 하면서까지 반등장에 베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달 들어 KODEX200의 잔고율(상장주식 중 신용매수 주식 비율)은 0.08%에서 0.22%로 3배가량 급증했다. 삼성전자 잔고율도 0.04%에서 0.09%로 배 이상 증가했다.

문제는 코스피 급락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4일 코스피는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1800선이 무너졌다. 채권 금리 역시 미국 출구전략 여파로 급등,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날 국고채 3년물은 전날보다 8bp오른 3.12%를 기록했고, 5년물과 10년물은 각각 11bp, 10bp 뛰었다.

이달 코스피는 10.10% 급락했는데 같은 기간 KODEX 레버리지는 20.74% 폭락했다.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그밖에 삼성전자는 14.63%, LG전자 13.30%, KODEX 200 10.5%, 삼성전기 11.64% 등으로 주가가 추락했다.

심리적 저점으로 여겨지던 1800선이 깨졌지만 더 이상 폭락은 없으리란 전망도 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1년 동안 기업들의 자산가치가 추가로 늘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고 2008년 금융위기 수준의 주가를 산출해보면, 극단적인 코스피 바닥은 1760선"이라며 "과거 미국이 출구전략을 시행했던 시점의 주가 하락 폭을 감안하더라도 추가 조정 폭은 2~5% 미만으로 판단한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달 개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295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기관은 2조9285억원 순매수를, 외국인은 5조2759억원 순매도를 기록했다.



이승종 기자 hana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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