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우수상을 수상한 유기농증폭기의 보컬 최재현씨.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요새 시위가 많아서 연습을 많이 못했습니다.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기타 반주가 흘러나오자 도봉경찰서 소속 의무경찰 대원들로 구성된 H.D.T는 언제 긴장했냐는 듯 연주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날 H.D.T가 고른 참가곡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시위다, 순찰이다, 빠듯한 근무 일정을 쪼개 틈틈이 연습해온 곡이었다. 객석에선 응원차 이곳을 찾은 손덕호 방범순찰대장(경감)이 이들을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11일 여의도 물빛무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경제 직장인밴드 대회'는 이슬비가 흩뿌리는 날씨에도 참가자와 이들을 위해 응원하기 위해 몰려든 가족, 직장동료들로 열기가 뜨거웠다.

아시아경제신문, 아시아경제팍스TV, STOO.COM이 공동 주최하고 고용노동부와 아프리카TV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직장인들의 동료애와 애사심을 고취시키고 창조적인 조직문화를 제고하기 위해 마련됐다.

'넥타이 멘 로커, 당신이 주인공입니다' 대회 부재에 맞게 참가자들은 평소 직장에서 보여줬던 모습을 벗어던지고 록커로 변신해 그동안 갈고 닦은 연주 실력을 무대위에 쏟아냈다. 심사를 맡은 가수 김종서씨가 '수준 높은 연주에 놀랐다'고 말할 만큼 사운드 테라피, 유기농증폭기, 윙어스, 파란, H.D.T, ROZE, S.A.I.N, LH밴드, L The Flower 등 본선 참가팀들은 블루스, 하드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들려줘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줬다.

이들을 응원하러 온 가족과 동료들도 곳곳에 눈에 띄었다. 아들, 며느리, 손자, 시어머니 등 일가족이 총출동해 '화이팅'을 외치고 화려한 조명 아래 흥겨운 음악이 흐르자 한가로이 산책을 나온 사람들도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열띤 경연을 벌인 결과 이날 우승은 탐 밴드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브라질 관객이 '제대로 된 블루스 연주를 보여줬다'고 평할 만큼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줬다. 수도권 소재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뭉쳐 만든 이 밴드는 결성된지는 3년 밖에 안됐지만 각자의 연주 경력만 따지면 20년이 넘는 베테랑들이다.

최우수상은 삼성사내밴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경력을 가진 실력파 밴드 유기농증폭기(삼성전자,삼성SDI)에게 돌아갔다. 우수상은 삼성전자로지텍의 직장 동료들이 만든 파란 밴드와 결성 7년차 5인조 밴드 사운드테라피가 차지했다. 제복을 입고 나와 단결된 모습을 보여준 도봉경찰서 팀은 화합상을 받아 응원 나온 손 대장으로부터 '특별 휴가'를 얻어냈다. 인천 소재의 초등학교 교사들이 결성한 밴드 ROZE는 인기상을 받았다.

이날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터에서 즐겁게 일하는 근로자들이 많아지고 이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새 정부의 정책"이라며 "장시간 근무하는 분들이 즐겁게 일하려면 직장인 밴드 같은 문화들이 일상화 돼야 하고 이들에게 또 다른 목표를 제시하는 이 대회가 갖는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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