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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독립만세’로 전력위기 극복

최종수정 2013.07.29 06:34 기사입력2013.07.29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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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태정 유성구청장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장마로 잠시 주춤했던 전력수급 위기가 폭염으로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오는 8월 둘째 주 예비전력은 마이너스 198만㎾대로 떨어지고 대규모 정전이란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 모른다는 비관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낭비되는 전력을 막고 불편을 참아내며 전기사용을 지금보다 20% 이상 줄인다면 심각한 전력위기는 피할 수 있다. 전력공급 부족을 막기 위해선 에너지소비 주체인 시민과 기업이 다함께 에너지를 덜 쓰며 소중함을 깨닫는 게 중요하다.

행정기관에서도 에너지절약은 필수다. 모든 공공기관이 에어컨사용을 줄이고 점심시간엔 사무실 조명을 끄고 있다.

이런 기본적인 에너지 절약과 함께 대전 유성구는 ‘에너지 동(洞)립만세’ 프로젝트를 만들어 ‘에너지 자립’까지 꿈꾸고 있다. ‘에너지 동립만세’ 프로젝트는 마을주민들이 생활 속에서 스스로 에너지를 아껴 녹색절전소(발전소)를 만들어가는 세상이라는 뜻으로 주민참여형 프로젝트다.

지난달엔 전국에서 세 번째로 유성구 문지동 모퉁이어린이도서관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섰다.

이 시설은 유성구청과 한국가스공사, 대전충남녹색연합, 모퉁이어린이도서관이 함께 ‘주민절전소’, ‘태양광발전’ 등 ‘에너지 동립만세’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설치한 것이다.

발전량은 3kw/h. 여기서 생산된 전기가 도서관의 조명과 컴퓨터, 선풍기 등에 쓰이고 있다.

모퉁이도서관은 지역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비를 모으고 주민이 직접 사서로 활동하는 마을도서관이다. 올해로 설립 15년을 맞은 도서관은 공동체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책과 교류하는 배움의 장으로 주민들에겐 취미와 문화를 공유하는 또 다른 삶터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 태양광발전시설이 들어선 뒤 기후변화체험 공간, 녹색절전소 운동 등 에너지를 아끼는 교육까지 하는 곳이 됐다. 이곳에서 허태정 유성구청장을 만났다.

허 청장은 “지난 해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쿠리치바 시 등을 돌아본 뒤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며 “지속가능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사람과 자연은 함께 가야 한다. 에너지 또한 자연 속에서 얻어야 환경파괴나 재앙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태정 유성구청장이 자가발전자전거를 돌리고 있다. 자전거에서 만들어진 전기는 선풍기를 돌린다.

허 청장은 지난해 2월 전국 45개 기초단체장과 함께 ‘탈핵선언’을 한 대전지역 유일의 단체장이다.

유성에 원자력연구시설이 있고 이곳에서 나오는 방사선폐기물까지 쌓이고 있어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가운데 나온 선언이어서 신선한 충격까지 줬다.

허 청장은 “화석원료를 이용한 전기발전은 인류를 파멸의 길로 이끌고 있다”며 “대안으로 원자력이 나왔지만 일본 후쿠시마 원전폭발과 같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서울시가 원전하나 줄이기운동을 펼치고 있다. 에너지를 아끼고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면 충분히 가능한 수치다. 전국 지자체가 함께 이 운동을 펼치면 해마다 원전 2개를 줄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허 청장은 ‘에너지 동(洞)립만세’란 이름으로 “자연에서 에너지를 찾자”는 운동을 펼치는 중이다.

모퉁이도서관은 전기를 만들 수 있는 자가발전자전거 2대와 녹색발전소에 참여하고 있는 가정의 에너지사용량을 그래프로 나타내고 있다. 도서관을 찾는 학생이나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며 전기를 만들어 선풍기를 돌리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허 청장은 “발전량이 얼마나 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린이들이 전기의 소중함을 깨닫고 에너지절약을 실천하게끔 하는 게 중요 하다”고 강조했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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