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한국 축구대표팀 서포터스 '붉은 악마'가 한·일전에서 응원을 보이콧했다.

28일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린 2013 동아시안컵 일본과의 최종전에선 후반전부터 붉은 악마의 응원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북소리는 멈췄고 대형 깃발도 더 이상 휘날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본 서포터즈 '울트라 닛폰'의 함성만 울렸다. 보다 못한 일반 관중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자발적 응원에 나설 정도였다.

이유가 있었다. 한일전에 맞춰 붉은 악마가 미리 준비한 걸개를 전반전 직후 대한축구협회가 강제로 철거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란 메시지를 담은 대형 통천이었다.

걸개가 철거된 뒤 붉은 악마는 소셜내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붉은 악마 서울지부는 동아시안컵 한일전 후반전 응원을 보이콧합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대한축구협회가 위 걸개를 지속적으로 강제 철거하기에 더 이상 대표팀을 응원할 수 없습니다'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경기장 내 정치적 문구가 담긴 걸개는 국제축구연맹(FIFA) 규정상 문제의 소지가 된다"며 "경기감독관이 있어 추후 불이익도 받을 수 있기에 불가피했던 조치"라는 입장을 전했다. 양국은 이미 지난해 런던올림픽 3·4위전에서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로 첨예하게 대립한 경험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지지통신 등 일본 매체들은 "해당 문구는 한일 역사 인식을 둘러싸고 일본을 비난한 것으로 보인다"며 "응원 시 정치적 주장을 금지하는 FIFA 규정에 위반될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붉은 악마는 27일 열린 여자축구 한일전에서도 전반 중반부터 하프타임까지 응원을 보이콧한바 있다. 당시 안전요원들이 경기장 내 걸어둔 '승부조작 징계 감면 절대 반대한다'는 내용의 현수막을 철거한 까닭이었다.




김흥순 기자 sp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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