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애플 제품 수입 금지 권고에 거부권을 행사한 가운데 오는 9일 ITC가 애플의 삼성 제품 수입 금지 요청과 관련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3일(현지시간) 애플의 삼성 표준특허 침해를 근거로 아이폰, 아이패드 수입 금지를 결정한 ITC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초 예상과는 달리 ITC의 결정을 파기하고 노골적으로 '애플 감싸기'에 나서면서 업계는 9일로 예정된 ITC의 최종판정을 주목하고 있다. ITC는 삼성이 애플 특허 4건을 침해했는지를 판정하는데 침해 사실이 인정될 경우 갤럭시S, 갤럭시S2, 갤럭시 넥서스, 갤럭시탭 10.1 등의 미국 수입은 전면 금지된다.

삼성 제품 수입 금지 여부와 관련해 삼성은 처음부터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웠다. 일단 애플 특허 4건 중 2건(922, 949 특허)은 무효 예비판정을 받았고 1건(678 특허)은 유효성 재심사가 진행중이다. 나머지 1건(501 특허)이 남아 있는데 1건의 침해만 인정돼도 수입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때문에 삼성 제품 수입 금지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가운데 백악관까지 애플 편을 들면서 삼성에 더욱 불리한 판정이 나올 공산이 커졌다. ITC가 당초 1일로 예정된 최종판정을 돌연 9일로 연기한 것도 3일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가 확정되면 백악관의 입장을 반영한 최종판정을 내리기 위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관건은 ITC가 애플 특허를 좁게 인정할 지, 넓게 인정할 지일 뿐인 셈이다.

삼성 특허는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비차별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의무를 규정한 FRAND 조항의 적용을 받는지가 핵심이기 때문에 애플 특허와 관련해서는 다른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ITC가 예상대로 삼성 제품 수입 금지 판정을 내린다고 해도 미국 정부의 노골적인 '애플 감싸기'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또 다시 거부권을 행사하는 '이변'이 발생하지 않는 한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은 애플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양측은 지난해말부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2월 협상 타결 직전까지 갔으나 막판 이견을 조율하지 못하고 결렬됐다가 ITC가 아이폰 수입 금지 판정을 내린 6월 협상이 재개됐다. 9일 ITC 최종판정에서 삼성이 불리한 판정을 받게 될 경우 협상 주도권을 애플에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



권해영 기자 rogue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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