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과도한 훈련을 받아온 운동선수가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던 중 숨졌다면 이를 업무상 재해로 볼 수 있을까.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는 업무와 질병 사이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을 경우에 한해 인정되며 당시 근로자의 건강상태와 신체조건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돼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조병구 판사는 훈련 중 바이러스성 뇌염이 발병해 숨진 가평군청 사이클팀 소속 최윤혁 선수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급여불승인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3일 밝혔다. 법원이 과도한 훈련으로 인한 운동선수의 사망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이다.

2010년 1월부터 가평군청 소속 사이클 선수로 활동한 최 선수는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계속되는 대회출전과 훈련으로 피로를 호소했다. 특히 지난해 3월엔 전국도로사이클대회를 앞두고 감기증상과 두통이 심해져 제대로 훈련에 임할 수 없는 정도였다.

감독에게 호소도 해봤으나 달리 치료를 받지 못했고 며칠 뒤 개인도로시합에 출전했다가 도중에 기권했다. 이후 건강이 급격히 나빠져 병원신세를 지던 최 선수는 바이러스성 뇌염 진단을 받았고 그해 6월 끝내 숨을 거뒀다. 사망 당시 나이는 만 20세였다.

유족은 최 선수가 병상에 있을 당시 요양 급여를 신청했지만 업무와 질병 사이 연관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자 법원에 소송을 냈다.

조 판사는 "최 선수는 만 20세의 건강한 청년으로 국가대표 주니어 상비군 선수로 활동할 만큼 건강했는데 계속되는 대회출전과 훈련으로 체력와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판단했다. 업무와 질병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한 것이다.

조 판사는 또 "최 선수가 증상을 감독에게 호소했지만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또 다시 시합에 출전했다. 이후 증상이 급격히 나빠져 사망에 이르게 됐는데 업무상 과로와 스트레스도 복합적으로 작용해 면역기능을 저하시켰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양성희 기자 sungh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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