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가구공룡' 이케아를 향한 시선이 엇갈린다. 중소가구 업체들은 입점을 강력히 반대하지만 소비자들은 환영하는 모습이다. 지난 주말 찾은 경기도 광명에서는 극명한 시선차를 느낄 수 있었다.

광명 가구단지 내 한 매장을 들어서니 주인이 반가운 얼굴로 냉큼 달려 나왔다. 손에는 카탈로그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취재 기자임을 알자 이내 실망한 기운이 얼굴을 감쌌다. 이케아에 대한 질문에는 한숨부터 돌아왔다.

그는 "여기 가구단지 모두 초상집 분위기다. 시위도 하고 집회도 하고 해봤지만 안 되더라. (이케아)들어오면 다 망한다"라며 씁쓸해했다.

인근 매장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광명가구협회 총무인 정희균씨는 "죽는 소리 한다고 하는데 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죽는 소리 하는 거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중소 상인들은 이케아 입점을 놓고 광명시에 책임을 돌렸다. 시 주최 상생협의가 이뤄진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케아 측이랑 광명시가 짜고 치는 고스톱에 우리가 놀아나고 있는 느낌"이라며 "언론 보도를 보면 이케아는 상생을 하려고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데 우리가 자꾸 억지를 부린다는 식으로 나와 있는데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일반인들의 반응은 달랐다. 자신을 이케아 마니아라고 소개한 한 직장인은 "일산에 제품을 파는 곳이 있어 가끔 들르는데 그동안 교통이 불편했다"며 "광명역이면 KTX로 한 번에 갈 수 있어 매우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케아가 들어서는 곳은 광명역에서 10분 거리다. 대학생 김모씨도 "솔직히 가구가 많이 비싸지 않나. 실용적이고 저렴한 제품이 들어온다는데 마다할 소비자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명시는 이런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모이는 협의체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이케아도 자리를 잡고 중소상인들도 생존할 수 있는 해법을 모색해나간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적극적인 상생협의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재 의지가 없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광명시가 이케아와의 거리를 좁히면서 중소가구업체들과 더 멀어지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