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대학입시제도가 또 바뀐다. 정부는 2009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올해 중학교 3학년들이 치르게 되는 2017학년도 입시에서의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했다. 현재 검토되고 있는 방안은 문·이과를 부분적으로 융합하거나 혹은 문·이과를 완전 폐지하는 안이다.

27일 교육부가 내놓은 대입전형 간소화 및 대입제도 발전방안에 따르면 2017학년도부터는 올해 첫 도입을 앞둔 수준별 수능이 완전 폐지된다. 또 그동안 문·이과 체제로 구분돼 있던 것을 현행유지, 일부 융합, 완전 융합 등 3가지 방안 중 하나로 바꾸는 안을 검토 중이다.

정부가 대입 제도 개선안을 내놓음에 따라 '교육제도를 너무 자주 바꾼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수준별 수능은 올해 첫 시험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폐지 수순을 밟게 돼 학교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수준별 수능은 도입 당시에도 불편이나 부작용 등 많은 우려가 제기됐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27일 서울중앙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고교 현장과 대학 입장에서 시행상의 어려움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며 "당초 좋은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현 교육체제에서는 수준별 수능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명박(MB)정부가 수능 영어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NEAT)도 결국 수능과 연계하지 않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약 60만명의 수험생들이 모두 NEAT를 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며, 사교육 시장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육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가 근시안적인 대책을 남발해 NEAT 개발에 들인 수백억원의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3년 전에 예고됐던 성취평가 결과를 대입에 반영한다는 안도 이번 개선안에서 유예됐다. 고교 내신을 상대평가에서 A~E 등급의 절대평가로 바꾸는 성취평가제가 입시에 활용되면 특목고·자사고 등에 유리하게 적용돼 일반고가 불리할 수 있다는 진단 때문이다.

교육 정책이 수시로 바뀐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제도가 발표되고 1년도 채 못돼 용도 폐기된 제도도 허다하다. 그동안 대학별 단독시험제부터 대입 국가고사, 대입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등으로 대입제도는 쉼 없이 변했다. 여기에다 대학별로 치르는 시험까지 더하면 셀 수 없을 정도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선택형 수능폐지로 정책시행 후 원서접수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수정함으로써 교육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급추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1969학년도에 예비고사가 도입된 이후 올해 입시까지 총 38차례 대입제도가 바뀌었는데, 대학 입학 제도의 평균 수명이 1.2년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들의 부담과 현장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원칙하에 현행 골격을 유지하는 안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다"고 주장했다.



조민서 기자 summ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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