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KT가 결국 1.8㎓ 인접대역 ‘D블록’ 확보에 성공했다. 광대역화를 통해 KT는 경쟁사인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LTE-A(어드밴스드)에 대항할 카드를 얻었으며, 상반기 내 부진했던 통신시장 성적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사들이 우려했던 것처럼 통신시장 판도를 바꿀 파급력을 낼 지도 주목된다. 다만 적지 않은 낙찰 금액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1.8㎓·2.6㎓ LTE 추가 주파수 할당 경매 최종결과 KT는 1.8㎓(상하향 20㎒폭) 주력망에 인접한 밴드플랜2 ‘D2블록(15㎒폭)’을 9001억원에 낙찰받았다. D블록의 최저경쟁가격 2888억원에서 6113억원 오른 것이다. SK텔레콤은 1.8㎓ ‘C2블록(35㎒폭)’을 1조500억원(시작가 6738억원)에, LG유플러스는 2.6㎓ ‘B2블록(40㎒폭)’을 최저가인 4788억원에 낙찰받았다.

경매 시작 전 시장에서 전망한 D블록 가격은 적게는 5000억원~6000억원 가량, 많게는 약 2조원까지 분분했다. 이를 볼 때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 않은 수준이지만, 시작가 대비 3배 오른 가격은 분명 적은 액수는 아니다.

앞서 경쟁사들은 KT가 D블록을 가져갈 경우 경제적 가치가 약 7조원에 이른다며 KT가 인접대역을 확보하면 가장 빨리 광대역 LTE를 시작할 수 있어 시장 판도가 완전히 뒤집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KT는 D블록을 할당받는 즉시 수도권에서 광대역 LTE가 가능하다. 다만 미래부는 경쟁사들의 반발을 감안해 광역시는 내년 3월부터, 전국은 내년 7월부터란 조건을 붙여 전면 서비스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KT의 광대역은 가격 부담을 충분히 상쇄할 만 하다. 주파수집성기술(CA, 캐리어어그리게이션) 상용화로 LTE-A를 시작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최근 ‘두 배 빠른 LTE’란 선전 문구가 무색하게 일부 지역에서 기존 LTE보다도 더 느리다는 지적이 나오자 과장광고 논란에 휩싸였다. 그러나 광대역LTE는 이같은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

CA는 주력망 주파수의 커버리지에 보조망 주파수의 커버리지를 밀접하게 포개고, 두 주파수를 하나로 묶어 두 배 효과를 내는 기술이다. 복잡한 만큼 구축 비용도 많이 들고, 음영지역도 생길 수 있다. 그러나 LTE 광대역화는 기존 주력망 속도가 그대로 두 배로 늘어나는 식이라 더 안정적인 속도를 제공할 수 있다.

또 LTE-A와 달리 광대역은 기존 주파수 대역을 그대로 쓰는 만큼 별도로 신형 단말기를 구입할 필요도 없다.

앞으로 KT는 광대역 LTE와 LTE-A의 기술적 차이를 적극 활용해 LTE-A보다 더 안정적으로 ‘두 배 빠른 속도’를 더 폭넓게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LTE-A와 광대역을 놓고 3사간 마케팅 경쟁이 불붙게 되는 것이다.

지난 2011년 경매에서 KT는 SK텔레콤과 1.8㎓ 대역을 놓고 경합한 결과 경매가 1조원까지 육박하는 ‘치킨게임’ 끝에 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KT는 LTE에서도 3사 중 가장 늦었고, LTE-A도 할당받았던 900㎒ 주파수의 혼간섭 문제 때문에 서비스 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들어 번호이동 가입자 이동도 줄곧 순증한 LG유플러스에 비해 KT는 지속적으로 순감세를 보였고, 7월 말에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시장과열 주도사업자로 지목받으며 단독 영업정지까지 받는 등 악재가 겹쳤다.

이번 경매 결과는 KT에게 2년 전 패배를 ‘설욕’함과 동시에 뒤처졌던 LTE 사업 격차를 일거에 좁힐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역시 나름대로 실리를 챙겼다. 큰 가격 상승 없이 광대역 주파수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쨌든 KT의 광대역화에 맞설 카드를 빼들 수밖에 없게 된 만큼, 광대역 투자와 함께 LTE-A 서비스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1.8㎓ C블록을 확보한 만큼 기존의 1.8㎓ 보조망 대역을 6개월 내에 반납해야 하기에 곧바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조정 과정에서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미 있는 대역을 조정하는 것인 만큼 추가 비용이나 시간이 적게 들어 큰 어려움은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LG유플러스는 2.6㎓ B블록에서 광대역 투자에 나선다. 1.8㎓에 주파수가 없기에 C블록을 SK텔레콤에 내준 것은 아쉽지만, SK텔레콤이 1.8㎓ 보조망 대역을 반납하면 기존에 LG유플러스가 가진 1.8㎓ 2G 대역 인접대역으로 추후에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최저가에 대역을 확보한 점은 3사 중 가장 자금력이 부족한 LG유플러스에 있어 상당한 성과다.

이에 따라 하반기 들어 3사간 마케팅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물밑 보조금 싸움도 심화될 것이라는 일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날 경우, 당국의 시장안정화 ‘채찍’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9월 국회에서 논의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안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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