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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 밸류액트에 이사회 내주고 굴복한 MS 진로는

최종수정 2013.09.04 18:22 기사입력2013.09.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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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미국의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MS)도 결국 행동주의 투자자에게 두 손을 들고 이사회 자리를 내줬다. 이로써 행동주의 투자자들은 모토롤라와 구글, 야후 등 거의 모든 기술기업들에 진출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됐다. 특히 MS이사회에 진출하는 밸류액트 출신이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 후임자 선정에 영향력을 미칠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MS는 월가 투자심리를 안정시키기 위해 헤지펀드 밸류액트 캐피털 출신을 내년 초 이사회 이사로 명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30일(한국시간 31일) 발표했다.

MS는 크레디스위스퍼스트보스턴의 헬스케어 애널리스트를 역임한 밸류액트 대표이사인 메이슨 모피트에게 이사회 의석을 1석 주는 대신 밸류액트는 지분을 합의된 수준 이상 올리거나 이사회 지배를 위한 주주 위임장 대리전을 치르지 않겠다는 정지협정에 서명했다.


MS는 지난 달 23일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가 1년 이내에 CEO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발머의 사퇴에 행동주의 투자자 제프리 웁벤이 이끄는 밸류액트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설이 많았다.


MS가 밸류액트에 이사회 의석을 내줌으로써 MS가 직면했던 압박이 그만큼 컸음이 사실로 들러났다.


웁벤은 지난 4월 자기가 운영하는 헤지펀드 밸류액트 캐피털매니지먼트를 통해 22억달러어치 MS 주식을 사들여 전체 지분의 0.8%를 보유한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노무라증권의 릭 셔런드 애널리스트는 최근 “MS 이사진이 밸류액트의 압력을 받은 것 같다”는 추측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말했다.


웁벤은 MS에 9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자사주 매입과 배당 증액을 요구했는데 이것도 받아들여졌는지는 의문이다.

밸류액트는 “대개 포트폴리오 투자를 한 회사와 경영진을 선정하고 사업전략을 선택하며 자본구조를 최적화하고, 인수합병을 시행할 할 때 매우 적극 협력한다”고 밝히고 있어 향후 MS가 CEO를 선택할 때 밸류액트의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MS의 양보는 오는 10월 연례 주총에서 벌어질 수도 있는 주주 전쟁에서 MS를 구했다고 FT는 평가했다.

밸류액트가 MS 이사회에 진출하면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거둔 가장 확실한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휼렛패커드, 야후와 모토롤러 등 기술기업은 거의 전부 일부 이사회 의석을 외부 투자자 즉 행동주의투자자들에게 내줬다.

그러나 행동주의 투자자들 진출이후 이들 기업들은 급격한 변화를 겪어야 했다. 모토롤라는 칼 아이컨이 진출한 이후 구글에 팔리는 수모를 당했고, 헤지펀드 서드 포인트의 대니얼 러브는 구글의 임원 머리사 메이어를 야후의 CEO에 앉히는 괴력을 발휘했다.


모르피트는 오는 10월 연례 주총회의 후 첫 분기 이사회 회의에서 이사로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발머 뒤를 이을 MS CEO 선정에서 그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있지만 그것은 두고 볼 일이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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