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아일랜드 정부가 내년도 예산삭감 목표를 놓고 유럽중앙은행(ECB)을 비롯한 국제채권단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영국 PA 통신이 보도했다.
　
이언 길모어 아일랜드 부총리는 이날 내년도 예산안과 관련 "긴축 규모는 국제채권단과 약속한 31억유로(약 4조4000억원) 수준에는 못 미칠 것"이라고 말해 ECB의 재정 적자 감축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길모어 부총리는 "계속된 긴축 상황을 고려해 내년에는 예산 삭감과 세수 확대 등 긴축 고삐를 완화할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기존의 예산 감축목표를 다 지키지 않아도 목표를 차질 없이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당 당수인 길모어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 등 채권단이 최근 아일랜드 정부에 대해 차질 없는 구제금융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등 긴축 압박을 강화한 데 따른 반발로 분석된다.
　
유럽연합(EU)과 ECB,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구제금융 졸업을 앞둔 아일랜드가 올해 들어 1분기까지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자 긴축 고삐를 조이고 있다.

길모어 부총리는 이에 대해 현 수준에서 노령연금을 더 줄이기는 어렵고, 빈곤층 지원과 어린이 무료진료에 재원 투입이 시급하다며 예산 편성에 융통성을 인정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길모어 부총리는 전날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는 "2015년까지 재정 적자를 국내총생산(GDP)의 3% 이하로 낮추는 목표를 달성하면 충분하다"며 채권단의 내년 예산 긴축 요구는 지나친 간섭이라고 주장했다.

아일랜드는 2008년 금융위기에 따른 재정난으로 구제금융을 받은 뒤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였으나 최근 마이너스 성장세가 이어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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