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감찰 지시 1시간여만에 전격 사의
"혼외자 의혹은 사실무근,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거듭나달라"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13일 오후 채동욱 검찰총장이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채 총장은 다만 최근 불거진 혼외자녀 의혹은 사실무근임을 강조해 사실상 정부가 등을 떠민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날 오후 2시반께 채동욱 검찰총장은 "주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해 국민여러분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이라며 사의를 표명했다.

채 총장은 "저의 신상에 관한 모 언론(조선일보)의 보도는 전혀 사실무근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혀 둔다"며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공직자의 양심적인 직무수행을 어렵게 하는 일이 더 이상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채 총장은 또 "지난 5개월 검찰총장으로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올바르게 검찰을 이끌어왔다고 감히 자부한다"며 "국민이 원하는 검찰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로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소중한 직분을 수행해달라"고 검찰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최근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혼외자녀를 두고 있다고 연이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채 총장은 조선일보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내겠다며 의혹 해소를 위해 유전자 검사도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전날 밝혔다.

유전자 감식을 통해 법원에서 소송으로 결론이 날 상황이었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은 이날 채 총장의 지휘를 받지 않는 독립된 감찰관으로 하여금 조속히 진상을 규명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 지시는 1시간여 뒤 채 총장의 사의표명으로 이어졌다.

직무관련성을 떠나 세간의 의혹에 대한 감찰이 가능한가라는 지적에 법무부 관계자는 "감찰이 아닌 진상규명"이라고 해명했다. 법무부 수장이 검찰 수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것은 전례가 없다.

정치권에선 혼외자녀 의혹이 불거진 배경으로 현 정권의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대선 등 여론조작 사건을 수사하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자, 박근혜정부의 입지가 흔들릴 것을 우려한 나머지 사생활 폭로로 검찰 흔들기에 나선 세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한 직접적인 계기가 된 감찰 지시가 청와대와 사전 조율을 거친 것인지 여부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알지 못한다. 장관이 결정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채 총장이 사의를 표명하자 감찰 지시를 철회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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